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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갔다는 이유로 임금 46% 더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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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갔다는 이유로 임금 46% 더 받는다

입력
2018.12.10 12:01
수정
2018.12.10 12:5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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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대기업 이동 비율 10년새 반토막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80년대 전반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2010년대 들어 1.7배로 확대되면서 대기업 임금 프리미엄도 46% 수준으로 높아졌다. 성별, 학력, 근속연수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한 근로자라도 대기업에 들어가기만 하면 중소기업보다 46%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중소기업 근로자가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10년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해외사례 및 시사점 (집필 전병유 한신대 교수, 황인도 한은 차장, 박광용 한은 부연구위원)을 발간했다.

연구진이 고용노동부가 작성하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1980~2014년 대규모 사업체(종업원 300인 이상)과 중소사업체의 임금격차 변화를 추적한 결과 1987년 이전엔 중소사업체 대비 1.1배 이하였던 대규모 사업체 임금은 87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격차를 넓히며 2014년 1.7배로 치솟았다. 87년엔 전국적인 노동자 파업투쟁이 일어나며 노조 결성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기간 대규모 사업체의 임금 프리미엄은 1980년대 전반 10% 이하에서 2014년 46%로 확대됐다. 주요 인적자본 요소(성, 연령, 학력 등)가 동일하다면 대규모 사업체 근로자가 중소사업체보다 임금을 46% 더 받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뚜렷이 나뉘어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또다른 축인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보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가 더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2006년만 해도 정규직의 62% 수준이던 비정규직 임금이 이듬해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소폭 개선되며 지난해 정규직의 73.2%로 오른 점이나, 같은 기간 비정규직의 임금 프리미엄이 -21%에서 -13%로 나아진 점이 근거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층사다리’도 약화되는 양상이다. 연구진이 ‘한국노동패널’(한국노동연구원 작성) 통계를 분석한 결과 중소사업체 취업자가 취업 1년 후 대규모 사업체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6%에서 2015~2016년 2.0%로 급감했다. 정규직 진입장벽 또한 높아져서 비정규직 취업 1년 후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15.6%에서 2015~2016년 4.9%로 크게 줄었다.

연구진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노사정 등 사회의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 이중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사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세운 스웨덴 등의 사례를 들어 △대기업-중소기업간 공정 시장규칙 수립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및 업종 수준의 임금결정 제도 도입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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