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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12.19)

입력
2018.12.19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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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1843년 오늘 발표됐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1843년 오늘 발표됐다.

19세기 영국 상류층이 즐긴 오락거리로 ‘슬러밍(Slumming)’이란 게 있었다고 한다. 잘 차려 입은 남녀가 대도시 슬럼가를 산보하며 빈민들의 생활상을 구경하는 거였다.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그들에게 가난은 구경거리였다.

18세기 말 경제학자 멜서스를 두려워하게 할 만큼 19세기의 인구 자체도 급증했지만, 산업혁명 여파로 도시 인구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도시 집값 방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유입 노동자들은 작은 방 하나에서 남녀 30여명씩 예사로 살았다고 한다. 보건ㆍ위생도 엉망일 수밖에 없었다. 하수는 수로를 따라 런던 시민들의 식수원인 템스강으로 흘러 들었고, 치안도 도둑ㆍ강도ㆍ살인 등 범죄를 따라잡지 못해 셜록 홈즈의 활약을 기대해야 했다. (홈즈가 상대한 건 주로 신사ㆍ숙녀들이 연루된 상류층 범죄였지만.) 일벌백계의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해 공개처형이 시행되고, 죄수 수용시설이 부족해 호주 등 수형식민지로 한참 실어내던 게 그 무렵이었다.

10세 안팎의 어린이는 값싸고 말 잘 듣고 부지런한 노동력이었다. 특히 굴뚝 청소는 몸집이 작은 그들의 독점적 일거리였다. 물론 석탄ㆍ나무 난로 굴뚝 청소는 물리적ㆍ화학적으로 위험한 노동이었다. 더 위험한 건 탄광이었다. 돌이나 곡괭이에 찧어 부상을 입기 일쑤였고, 사망하는 예도 흔했다. 한 석탄광의 경우 한 해 평균 349명이 숨졌는데 그중 58명이 13세 미만 아동이었다는 통계도 있다.

찰스 디킨스(1812~1970)도 12세 무렵 런던의 한 구두약 공장 견습공으로 시작해 온갖 노동으로 가족 생계를 도왔다. 다행히 중학교 2년 교육을 받아 15세에 변호사 사무실 사환이 됐고, 법원 속기사를 거쳐 기자가 되고, 훗날 영미권의 가장 유명한 대중 작가가 됐다. 그는 서민ㆍ빈민의 가난 특히 아동노동의 열악함과 상류층의 위선ㆍ허영을 두루 겪었고, 그것을 소재로 ‘신문 기사’같은 고발성 소설을 썼다. 그가 ‘올리버 트위스트’ ‘위대한 유산’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게 될 중편 ‘크리스마스 캐럴’을 1843년 12월 19일 발표했다. 당시 서민들은 구두쇠 스크루지의 회심도 감격스럽고 교훈적이었겠지만, 어린 마사나 피터의 고된 노동과 장애인 티모시의 안타까운 죽음이 바로 자신과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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