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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거제도 개혁 없는 사회개혁은 허구다

입력
2018.12.1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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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을 상정하지 않고는 현대 민주주의를 상상할 수 없다. 정치학 원론에는 정당은 이익을 집약하고 표출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이해를 반영하여 정책으로 산출하는 기능을 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정치적 충원을 담당하고 정치체제에 안정성을 부여한다고도 돼 있다. 정당을 통하여 정치가 작동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체제는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독점구조가 지속돼 왔다. 당연히 시민사회의 소수의 이해를 반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권위주의 시대의 냉전적 대립 구도를 기반으로 정당도 적대적 공존의 기득권에 안주해 왔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 지역주의와 제왕적 총재를 중심으로 한 계파 정치는 민주진영에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러한 구도에서 정당 정체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정치개혁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권력구조의 변경은 개헌을 통해서 가능하지만 선거제도 등 정치관계법의 개정은 정부 형태 변경 못지 않게 중요하다.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과 군소 정당의 이해관계의 충돌은 물론 정당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지역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고, 기존 정치인과 신진과도 이해가 엇갈린다. 따라서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집단과 정치인들에겐 사활의 문제다.

지금의 정당제도에서 거대 정당들이 득표율을 초과해서 의석을 보유하는 과다대표와 소수정당들이 득표율에 못 미치는 의석만을 확보하는 과소대표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는 대표성의 왜곡을 초래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대표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사회적 소수와 각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치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이다. 물론 정당득표와 의석수를 연동시킨다는 연동형 제도는 전국 단위의 연동과 권역별 연동 등에 따라 결과는 또 달라진다. 어떠한 선택이 되든 지금보다 대표성과 비례성이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거나 지역구 의원을 축소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비례성과 대표성이 강화되어도 비례대표 후보 공천의 절차와 방법이 민주적인가의 문제는 별개 문제이며, 선거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다. 정치 과정의 핵심인 선거와 정당제도가 불신받는 가장 핵심적 이유는 공천 과정의 불공정과 부정의이다. 지역구 후보들은 전략공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선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물론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의 이른바 진박 공천 등 전략공천에 따른 잡음과 여타의 여러 정치적 꼼수로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행 비례대표 공천은 정당별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지역구 후보 공천에 비해 시민사회와 언론의 통제와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당정치의 구조적 병폐인 계파정치가 비례대표의 확장으로 인하여 강화되고 공고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야 말로 중요한 정치개혁이다. 거대 정당의 독점 담합 구조와 적대적 공존에 기반한 정당 카르텔 못지 않는 정당정치의 독소적 요소는 정당 내 다양한 의견의 표출을 가능케 하는 계파의 순기능을 상쇄하는 맹목적 계파정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당이기주의와 연계돼 있으며, 정당의 자율성이란 명분으로 시민 통제에서 벗어난 공천이 관행화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는 최악의 밀실 계파정치를 결과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례대표 후보의 공정한 공천을 위해 시민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절차를 선거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비례대표의 강화는 정치발전의 핵심이다. 그러나 거대 정당들의 선거공학적 기득권의 집착이 선거제도 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민의가 정당체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사회개혁은 정치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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