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녹색연합 활동가가 강원 동해시의 한 농장에서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하던 곰을 구출해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9시 강원 동해시의 한 사육곰 농장. 환경단체 녹색연합 활동가 10여명과 청주동물원 수의사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의사가 조심스럽게 철창 속 반달가슴곰 세 마리의 엉덩이를 겨냥해 마취제가 든 블로건(입으로 불어서 화살이나 침을 날리는 장비)을 불었다. 활동가들은 곧바로 잠이든 곰들을 들것에 싣고 나와 무진동 차량에 준비된 케이지로 옮겼다. 웅담채취용으로 길러진 곰들이 태어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사육장 철창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보통 네 살 된 반달가슴곰의 몸무게는 100~150㎏에 달하는데 제대로 먹지 못한 이들의 몸무게는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시멘트 바닥에서 오래 생활해 발바닥이 갈라지고 출혈도 있었다. 시민들이 지어준 새 이름을 얻은 반이와 달이(수컷)는 청주동물원으로, 곰이(암컷)는 전주동물원으로 각각 이동해 적응훈련을 거친 뒤 다른 곰들과 생활하게 된다. 국내에서 사육곰이 구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취된 사육곰이 들것에 실린 채 케이지 밖으로 옮겨지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사육곰 구조는 시민들의 참여 속에 환경단체, 정부, 동물원 모두가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개월간 시민 3,639명이 참여한 온라인 펀딩으로 4,000만원을 모아 사육 농가로부터 곰 세 마리를 매입했다. 환경부는 각 동물원에 1억원씩 곰 사육장 리모델링을 위한 시설비를 지원했다. 두 동물원은 사육곰들을 위한 영구적 보호시설이 생기기 전까지 이들을 돌보면서 관람객들에게는 사육곰 사육 실태를 알릴 계획이다.

마취되기 전 철창 속 달이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사육곰은 1980년대 농가 수익을 위해 재수출 목적으로 러시아, 연해주 등지에서 수입됐다. 이후 우리나라가 1993년 멸종위기야생동물의 국제간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며 수출판로가 막혔고, 방치된 곰들은 웅담채취용으로 전락했다. 현재 전국 사육곰 농가 32곳에 남아 있는 곰은 약 540마리다. 배제선 녹색연합 팀장은 “모든 곰을 매입할 수도 없지만 매입한다고 해도 보낼 곳이 없다”며 “철창 속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곰들을 위해 보호소(생츄어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사육곰 농가의 폐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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