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누설, 사이버공격 방지 명분... 미국에 동조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 사옥의 로고. 선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각 부처와 자위대에서 사용하는 정보통신기기와 관련해 기밀누설 등 우려가 있는 중국 화웨이와 ZTE 제품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7일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 8월 국방수권법 서명을 통해 정부기관의 화웨이ㆍZTE 장비 사용을 금지한 이후 동맹국들에게 동참을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10일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기관의 통신회선과 컴퓨터 등 정부 조달품에 대한 내규를 개정, 기술력과 가격 외의 평가기준을 만들어 낙찰업체를 결정하는 종합평가식 입찰을 도입할 예정이다. 낙찰업체 판단 기준에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위험 감소’라는 조항을 넣어 기밀유출이나 사이버 공격에 이용될 우려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업체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격으로 경쟁하는 일반 입찰은 실시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업체를 구체적으로 지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 단계에서 배제 대상이 되는 업체는 화웨이와 ZTE 두 곳 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 기업 제품임에도 화웨이와 ZTE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을 경우 배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일본에선 방위산업 및 전력 등 중요한 인프라 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에서도 화웨이 등의 제품이 보급된다면 사이버 공격 시에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미국, 호주 등과 연계해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통신기기와 반도체 등의 부품을 조달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정비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8월 안보 문제를 명분 삼아 정부 내 화웨이와 ZTE를 포함한 5개 중국업체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2019년 8월 13일부터 미국 정부기관 및 미군, 정부 소유 기업에서 이들 업체의 제품은 물론 이들 업체의 부품을 사용한 다른 업체의 제품 조달을 금지한다.

미국 정부는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에도 자국 방침에 동조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가 5세대(G) 이동통신 사업에 이들 업체가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영국에선 대형 통신업체인 BT그룹이 화웨이, ZTE 제품을 5G 사업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중국의 통신 감청이나 해커 침입 등이 안보 상의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요청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 호주 등과 연계를 강화해 방위산업 등 민간기업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2020년 8월 13일부터 도입되는 미국 국방수권법의 제2단계 규제에는 중국 5개 업체의 제품을 사내에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정부와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민간기업에 대한 영향이 적지 않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망했다. 미국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통신기기와 전혀 상관 없는 기업에서도 사내에서 화웨이 등 통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면 배제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