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른바 ‘사법농단’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법농단 실무를 총괄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상급자인 법원행정처장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임 전 차장 개인의 일탈로 모는 ‘꼬리자르기’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새벽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 영장심사를 진행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대단히 부당하다”며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법원이 기각 사유로 공모관계 소명 부족을 든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수사팀은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법농단 사건을 뒷받침하는 물증은 대부분 문건 형태로 남아있다. 검찰은 이 문건들이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두 전직 대법관에게 보고된 정황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강제징용 사건 등 다수 재판개입 △비자금 조성 등 28개 혐의는 박 전 대법관과의 공동범행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와해 △정운호 게이트 수사 대응 △부산 법조비리 관련 재판 개입 등 18개 혐의는 고 전 대법관과의 공동범행으로 적시했다.

법원이 사법농단 자체를 임 전 차장 단독 범행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사법부 전체의 이익을 위해 법원행정처 업무 선상에서 이뤄진 조직적 범죄를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수사를 보면, 임 전 차장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두 전직 대법관 몰래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박ㆍ고 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범죄 등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한 뒤 영장 재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2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은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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