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법원이 7일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사유 중 하나로 ‘가족관계’를 제시한 배경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박 전 대법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새벽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 밖에도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어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과 가족관계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는데, 가족관계를 기각 사유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이를 두고 박 전 대법관의 읍소가 통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법관은 전날 영장심사에서 ‘아들이 집에 돌아오는 시각에는 어머니가 문에 기대서서 아들이 돌아오길 바란다’는 뜻의 고사성어 ‘기문이망(倚門而望)’을 언급하며 “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판사님에게 달렸다. 나를 법조 선배로 생각하지 말고 잘 판단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 역시 “93세 노모가 있으니 구속을 면하게 해달라”고 변론했다고 한다. 박 전 대법관의 노모 걱정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호응한 모양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관까지 지낸 분이 노모까지 언급하며 책임을 피하고 구속을 모면하려는 걸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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