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인이 6일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에 걸린 화웨이 표지판 앞을 지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5세대 이동통신(5G)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기업 화웨이가 미국 주도 서방의 집중 견제로 흔들리고 있다. 화웨이 장비를 쓰면 중국 정부로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게 서방 정보당국의 주장이지만, 중국이 5G 시대 정보기술(IT) 혁명을 주도할 가능성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

5일(현지시간) 캐나다 정부가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난 1일 미국 요청으로 체포했다. 멍 CFO는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친딸이자, 차기 경영권을 넘겨 받을 인물로도 평가되어 왔다. 7일 캐나다 법정에서 추방 결정이 나오면 멍 CFO는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으로 신병이 넘겨지게 된다. 미국은 2016년부터 화웨이가 미국산 제품을 이란 등지로 수출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왔다. 체포 소식에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구금 이유를 즉각 분명히 밝히고 구금된 사람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ㆍ중 무역협상에 미칠 영향 등 쏟아지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해외 언론은 멍 CFO 체포가 미ㆍ중 무역협상의 붕괴나 중국의 반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화웨이를 직접 겨냥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미국이 화웨이의 국제적 신뢰를 훼손해 각국이 화웨이 상품을 사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를 둘러싼 안보 위협 우려

멍 CFO의 체포 소식이 공개된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통신사 BT가 화웨이를 5G 통신망 공급자 후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정부 차원의 결정은 아니지만, 영국 정보부 MI6의 알렉스 영거 국장이 지난 3일 “동맹국의 결정”을 참고해야 한다고 밝힌 직후 나와 의미가 크다. 앞서 올해 8월에는 호주, 지난달에는 뉴질랜드가 화웨이를 5G 장비 공급 후보에서 제외한바 있다. 미국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및 공공기관의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서방 국가의 잇따른 조치는 화웨이 5G 통신망에 대한 영향력을 중국 정부가 적극 이용할 수 있다는 미국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국 의회가 설립한 전문가 패널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지난달 발행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 등 5G 장비업체 압력을 가해 장비 역량을 낮추거나 국가ㆍ산업 스파이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와 호주 정보당국 등도 화웨이 장비 보안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화웨이는 역시 중국 통신장비기업인 ZTE와 함께 중국 정부와 밀착 관계를 유지해 정보 유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중국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이고 ZTE는 설립부터 중국 항천공업부(우주산업부)가 관여했고 현재도 정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화웨이와 ZTE 기술 지원으로 지난해 말 에티오피아에 지어진 아프리카연합(AU) 본부 건물에서 주요 데이터를 중국으로 전송하는 첩보장치가 발각됐다고 보도했다. 물론 화웨이와 ZTE, 중국 정부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화웨이, 한국 시장도 장악 직전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조차 안보 위협만이 서방의 화웨이 견제 이유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5G 기술이 본격 상용화에 돌입하는 지금이야말로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한 두 회사를 견제할 시장 최적의 시점이라는 것이다.

화웨이는 2017년 기준 통신장비 점유율 28%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5G 기술 경쟁력도 위협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5G 장비는 단순히 이동통신 속도만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도입 등 사회 전반적 체계를 바꾸는 데 핵심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화웨이를 방치할 경우 중국 업계가 자율주행차량 등 다른 기술에서도 미국 실리콘밸리를 앞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화웨이 5G 장비의 존재감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국내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곳은 LG유플러스인데, 이미 5G 기지국을 4,100여 곳에 구축했고 연말까지 7,000개 이상 구축 예정이다. 반면 다른 회사 장비를 채택한 SK텔레콤ㆍKT은 이에 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와 (북유럽 기업) 에릭슨ㆍ노키아 장비를 쓰는데 생산량이 부족해 전국 서비스를 개시할 만한 물량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전국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물량을 제공하는 업체는 현재 화웨이 뿐이라,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세계 5G통신장비 시장을 화웨이가 장악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가 계속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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