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부리에 매니큐어 묻은 채 죽은 앵무새…의혹 당사자 “동물학대 아냐”

알림

부리에 매니큐어 묻은 채 죽은 앵무새…의혹 당사자 “동물학대 아냐”

입력
2018.12.17 18:14
수정
2018.12.17 18:26
0 0
11월 20일 발견된 앵무새는 그날 저녁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포인핸드' 캡처
11월 20일 발견된 앵무새는 그날 저녁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포인핸드' 캡처

지난달 몸에 페인트가 묻고, 부리가 부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곧 사망한 앵무새와 관련해 일부 네티즌과 동물보호단체가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네티즌들이 앵무새의 주인으로 지목한 당사자는 “자신이 기르던 새가 아니며, 학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앵무새는 지난달 20일 오전 11시 45분쯤 서울 중구의 한 건물 1층 화분에서 구조됐다. 기진맥진한 상태인 데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앵무새를 데려가 보호했다. 앵무새는 아래 부리가 부러지고 몸 곳곳에는 페인트가 묻어있었으며 목에는 은색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1살로 추정되는 앵무새는 날 기력이 없을 정도로 여윈 상태였고, 결국 그날 저녁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앵무새의 사진은 11월 21일 유기동물의 가족을 찾아주는 앱 ‘포인핸드’에 ‘자연사로 인한 종료’라는 팻말과 함께 올라와 세상에 알려졌다.

SBS '궁금한 이야기Y'에 소개된 A씨 앵무새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Y'에 소개된 A씨 앵무새 사진.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은 동물 학대 의혹을 제기했고, 가해자로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연이 소개됐던 남성을 지목했다.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앵무새의 주인으로 지목한 남성은 지난 6월15일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 사연이 소개됐던 A씨다. A씨는 서울 청량리역 등지에서 앵무새를 머리에 얹고 토끼 등 동물에 목줄을 채워 다니면서 화제가 됐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A씨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며 추적에 나섰다.

네티즌들은 사망한 앵무새와 A씨의 앵무새들이 서로 닮은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방송에 나온 A씨의 앵무새는 사망한 앵무새가 착용한 것과 비슷한 진주 목걸이를 걸고 있었고, 부리가 도색된 점 등도 닮았다. 이에 대해 “몸통과 날개의 깃털 무늬가 다르다”는 다른 네티즌들의 반론도 나왔지만,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은 “A씨가 앵무새를 장난감 다루듯 갖고 놀다가 병들면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접착제로 앵무새 다리를 모자에 고정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고아로 자랐고, 희귀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는 등 불우한 삶을 살았다. 그는 고시원에서 기거하는 어려운 삶 속에서도 토끼나 앵무새, 거북이, 고양이 등 동물을 기르면서 그들에게 애정을 쏟아왔다고 밝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지난 5월 대전의 한 여인숙으로 거처를 옮겼고,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의 사연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발견된 앵무새의 모습.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발견된 앵무새의 모습.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물학대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 5월 대전으로 이사했고, 방송에 소개된 앵무새 ‘몽실이’는 방송 직후인 6월 24일 대전에서 사망해 인근 산에 묻어줬다고 밝혔다. A씨는 다른 앵무새들의 다리에 접착제를 발라 본인 모자에 고정시킨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청계천 동물 시장 등에서 앵무새를 구입해 서울과 대전에서 다시 판매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A씨는 날 수 없도록 깃털이 잘린 채 철창에 갇혀 지내는 새들을 측은히 여겨 이런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근 성당에서 구매한 묵주 팔찌를 앵무새 목에 걸고 부리와 다리 등에 매니큐어를 칠해 관심을 보인 사람들에게 다시 판매했다. 그는 “새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죽은 앵무새의 주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앵무새가 유기됐는지 탈출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한 앵무새를 보호했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조류의 경우 발목에 주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달기도 하지만 이 앵무새의 경우는 없었다”며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사망한 앵무새의 주인을 찾고 있지만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앵무새가 11월 19일 빌딩 주변에서 날아가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했지만 주인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현재까진 학대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주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