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안 연내 입법이 끝내 무산됐다. 청와대와 여당이 입법을 미룬 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를 더 지켜보는 쪽으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 등은 5일에도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4일 “경사노위가 출범했으니 당사자끼리 해결할 수 있게 기다려야 한다”며 상임위 논의를 중단해 버렸다.

탄력근로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되, 단위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늘이고 줄여 해당 기간 중 근로시간 평균을 주 52시간에 맞추면 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행법엔 단위기간이 3개월이지만 최소 6개월~1년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절실한 요구다. 성수기가 있는 업종이나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연구개발 업종 등의 현장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대통령 주재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에 합의가 이뤄졌고, 지난달 21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내 입법 마무리에 합의했다.

그러나 임금 하락, 과도한 노동 등을 이유로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문 대통령이 “경사노위 논의를 기다리자”며 입장을 바꿨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나서 내년 1월까지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경사노위 최종안을 확정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경사노위 내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가동조차 미뤄진 노동계 반발로 미뤄진 상황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없이 올해 말 주 52시간 준수 계도기간이 끝나면, 업계는 내년부터 아무 대책 없이 52시간 체제를 맞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계도 기간 중 근로시간 위반 신고 사례만 60여건에 달해 내년부터는 산업 현장이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현재도 3개월 이내에서 노사 합의로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며 느긋한 입장이지만, 업계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 여당은 입법에 자신이 없으면 계도기간이라도 즉각 연장해서 업계의 우려와 혼선을 줄여 주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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