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ㆍ대한의협ㆍ제주도민 등 반발 확산
원 지사 “공론화위 결과 따르긴 불가능했다”
지난 해 7월 완공된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모습. 서귀포=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제주 내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결정에 대해 의료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원 지사는 “도정 책임자로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도지사 퇴진’ 요구까지 빗발치는 등 후폭풍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녹지국제병원은 47개 병상에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만을 운영한다. 중국 녹지 그룹이 778억원 가량을 들여 서귀포시 동흥동 헬스케어타운 내에 4층 규모의 병원 건물을 이미 완공한 상태다. 앞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가 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지만 ‘공공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가 거세게 제기되면서 최종 허가 결정권자인 제주도는 판단을 미뤄왔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허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무상의료본부와 윤 의원은 “국내 1호 영리병원이 허가되면서 전국에 걸쳐 있는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영리병원이 개설될 길이 열렸다”며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며 이에 따른 불평등 문제도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특히 대다수 병원들이 ‘낮은 보험 수가’ 등을 이유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녹지국제병원만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특혜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 연쇄적인 반발이 예상돼 추가 적인 영리병원 개설 압박이 거셀 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제주도민 공론조사의 불허 결정도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영리병원 허가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원 지사는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반발도 거세다. 최대협 의협 회장은 6일 오전 제주도청을 방문, 원 지사와 면담을 갖고 “타 의료기관과의 차별적인 대우로 인한 역차별 문제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협의 입장을 전닿했다. 최 회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의학지식에 따른 진료를 해야 하는데 영리병원은 주식회사로 이윤 창출이 목적”이라며 “최선의 진료와 이윤 창출이 상충하는 지점이 발생하고 의학적 진료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영리병원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녹지국제병원의 진료 대상이 외국인으로 한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의료법에 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 환자가 방문했는데 진료를 받지 못한다면 형사고발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진료대상이 내국인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오후 도청에서 진행된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뿐만 아니라 원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후보 시절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던 제주 도민의 공론조사위원회가 지난 10월 불허 결론을 내렸음에도 영리병원 허가를 강행한 데 대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및 바른미래당이 각각 긴급 성명을 내고 제주도의 결정을 비판했고‘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가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 지사에 대한 퇴진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원 지사는 영리병원 허가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어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원 지사는 6일 오전 CBS 라디오 ‘감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론조사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공론화 위원회의) 주문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결국 모든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중국 녹지그룹이 병원 건물 공사 등 헬스케어타운에 1,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한 상태여서 소송에 따른 배상금 지불 등 심각한 재정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어 허가를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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