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논ㆍ담] “박근혜 사면해도 문 대통령 지지율에 큰 효과 없을 것”

입력
2018.12.06 20:00
28면
0 0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

[저작권 한국일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대통령 지지율 등에 담긴 함의와 전망 등을 놓고 이충재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과 대담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2018-12-03(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대통령 지지율 등에 담긴 함의와 전망 등을 놓고 이충재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과 대담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2018-12-03(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1주일 만에 50%선을 회복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 48.4%에서 1.6%포인트 오른 50.0%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지율 반등이 ‘자연적 회귀 효과’라는 분석이어서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 구조화 조짐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와대와 여권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정책 실행과 개혁 추진 동력도 쇠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주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하는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를 만났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보면 50% 아래로 내려가면 회복한 경우가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은 한 주 만에 50%선에 턱걸이했는데 향후 전망은 어떤가.

“문 대통령도 이전 흐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나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경우 2년차 3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45%)보다 3~5%포인트가 더 높다. 더구나 한동안 고공행진을 하다 급락했기 때문에 회복탄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계단형 하락 추세가 일반적인데 지금은 45도 사선 형태여서 어느 정도 완만한 횡보를 할 시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거나, 경제 지표가 호전될 경우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

-지지율 하락 현상을 놓고 ‘이영자(20대ㆍ영남ㆍ자영업자)’에서 ‘이남자(20대ㆍ남자ㆍ자영업자)’로, 다시 ‘전전전(전 세대, 전 지역, 전 계층)’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핵심 지지층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봐야 하나.

“전전전까진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가장 튼튼한 지지 기반인 50대가 돌아서서 60대와 비슷하게 나타나는 걸 보면 심상치 않다. 지역적으로 대전과 충청, 경기 지역도 부정적 답변이 크게 늘었다. 원래 이 지역은 박근혜 대 문재인 지지가 5대 5로 팽팽했던 지역인데 상황이 달라졌다. 직업별로는 무직과 가정주부까지 부정적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당장은 아니나 점점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까지 번져가는 조짐이 보인다. 개혁 진행 과정에서 민주노총이나 택시운전사 등 전통적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양상도 나타난다.”

-지난 대선때 문재인 후보(41%)와 심상정 후보(6%) 득표율을 합한 47%를 통상 진보층 지지율로 해석한다. 이 수치가 진보진영의 심리적 지지선인 셈인데 이게 뚫리면 진보세력이 이반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보혁 구도 차원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진보진영에 속하니까 맞는 얘기다. 현재 정당 지지율을 봐도 민주당과 정의당을 합하면 대략 45% 정도 나온다. 대선 때와 거의 비슷한 지점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만약 이 지지선이 무너지면 진보진영 지지층이 본격적으로 등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돼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진짜 위기는 당청간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경우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집권 3년차에 새누리당 지지율이 대통령보다 높아지면서 당청관계가 요동치지 않았나.

“그게 일종의 레임덕이다. 여당이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하면서 청와대 권력이 급속도로 힘을 잃는 현상이다. 당청 관계 역전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직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높지 않지만 집권 3,4년차가 되면 관심이 커져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당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고, 김경수 경남지사도 재판이 끝나게 된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이낙연 총리도 그때 쯤이면 미래권력으로 갈지를 결정할 것이다.”

-6ㆍ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PK(부산ㆍ경남)를 석권하다시피 했는데 현 대통령 지지율은 40.9%로 TK(대구ㆍ경북)의 34.2%와 큰 차이가 없다. PK가 돌아선 것인가.

“사실 지방선거는 지난해 대선의 재판이나 다름없었다.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가 총출동해 치른 선거였는데 문 대통령 지지층이 똘똘 뭉쳐 투표장에 다시 나와 민주당이 압승을 할 수 있었다. 정권 초기에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PK지역이 직격탄을 맞았다. 조선과 자동차, 원전까지 지역 민심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것이 문 대통령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집권세력에 대한 체감지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적극 지지층(매우 잘한다)과 적극 반대층(매우 못한다) 비율이 있는데 지금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올해 초만해도 문 대통령이 매우 잘한다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잘한다는 응답이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매우 못한다는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 지지 비율은 매우 잘한다와 잘하는 편이 반반인데, 반대 비율은 매우 못한다가 못하는 편보다 두 배 가량 높다. 60대 보수층에서 ‘주변에 대통령 욕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지율이 왜 그리 높으냐’는 항의전화가 쏟아지는데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당 지지율이 크게 올라 2년만에 25%선을 넘나들고 있다. 반사효과인가, 아니면 보수결집으로 봐야 하나.

“반사효과가 크다고 본다. 문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어디로든 가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아니면 바른미래당을 기웃거린다. 한국당이 경제 관련 비판에 집중하니까 국민들은 혹시 한국당이 뭔가 바꿔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한다. 하지만 보수진영이 여전히 분열돼 있어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누가 뽑히느냐가 변수다. 가령 홍준표 전 대표가 귀환한다면 보수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내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 판결 이후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면 사면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지지율 반등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지지율이 횡보하거나 반등하면 그런 고민이 적겠지만 많이 빠질 경우 사면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원치 않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보수진영도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해줬다고 문 대통령 지지로 넘어오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물론 사회통합을 바라는 중도진영은 조금 달라질 여지가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샤이 보수’ 응답률이 높아지고, ‘앵그리 보수’가 크게 느는 추세인데 이들의 분노를 녹여준다는 차원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사면카드가 나온다면 지지율을 높이는 수단보다는 정치공학적 측면이 크지 않겠나.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보수와 진보 구도가 큰 차이가 없다. 여권으로서는 1대 1 구도로 갔을 때 총선, 대선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보수정당이 분열된데다 한국당에서 친박, 비박 갈등이 분당으로 이어지면 보수로서는 치명적이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한국당의 분열을 초래할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당에서는 사면이 되도 총선 이후에 되길 바라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내년에 사면카드가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수행에 대한 수긍 여부를 묻는 것으로 여론조사의 맹점이다. 관행적이라고 하지만 설문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가’라고 하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묻는 것이 프로토콜이다. 우리도 직선제 도입 후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여론조사에서 그런 식으로 문항을 구성했다. 특히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 그것도 단임제인 상황에선 문항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우리 여론조사기관에선 공표는 하지 않지만 청와대 의뢰를 받아 ‘대통령을 지지하는가’라는 문항으로 별도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지지율이 약간 높게 나오지만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다.”

-매주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리얼미터와 갤럽 두 곳에서 하는데 다소 차이가 난다. 지난주기준으로 보면 리얼미터에서는 48%가 나왔지만 갤럽 조사에서는 53%가 나와 5%포인트 편차가 있었다. 조사 방식에서 비롯된 건가.

“리얼미터는 주로 ARS 자동응답을 위주로 하고 일부를 전화면접 방식으로 하는 반면, 갤럽은 전체를 전화면접으로만 한다. 전화면접의 경우 응답률은 높지만 적극적 의사 표현을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ARS는 응답률이 떨어지나 정치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참여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리얼미터에서는 26.4%이고, 갤럽은 14%인데 ‘샤이 보수’ 표심을 얼마나 잡아내느냐에서 차이가 난다. ARS가 정확도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 조사결과에서 입증된 바다.”

-최근의 대통령 여론조사 결과로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항의가 많을 것 같은데.

“최근 ‘왜 대통령 지지도 조사를 매주 하느냐’는 항의를 받는데, 과거부터 그렇게 해온 것을 모르고 오해한 때문이다. 미국도 매주 대통령 지지율을 공표하는 이유가 선거가 자주 없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권력에 경계를 촉구하고 국민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리얼미터는 매일 500명씩을 대상으로 지지율 조사를 실시하는데 정치권은 국민들이 매일 투표한다고 생각하고 긴장해야 한다.“

인터뷰=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