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데 더 뉴 말리부는 '중형 세단의 다운사이징'의 선봉과 같다.

2018년 겨울, 이제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의 트렌드가 다운사이징으로 확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한국지엠이 과거 9세대 말리부를 공개하며 라인업 모두를 다운사이징 모델로 채웠던 것에 이어 지난 달 공개한 9세대 말리부의 부분 변경 모델인 '더 뉴 말리부'는 보다 극단적인 E-터보를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 뉴 말리부는 GM의 모듈화 플랫폼 전략인 VSS(Vehicle Set Strategy)과 변속기 패키징 전략인 GSS(transmission Gear Set Strategy) 그리고 엔진 개발 전략인 CSS(Cylinder Set Strategy)를 기반으로 한 3기통 1.35L E-터보를 탑재하며 '국내에서 판매 중인 중형 세단' 중 가장 작은 엔진을 품게 된 것이다.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

기존의 '비교적'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 대신 터보차저를 얹은 소형 엔진으로 대체하는 '다운사이징'은 사실 소비자의 기호에 마련된 것은 아니다. 각 국의 정부나 단체들이 내세우는 효율, 배출가스 등에 대한 '엄격한 환경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운사이징 자체가 소비자 입장에서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배기량이 줄어들긴 하지만 터보차저를 비롯한 추가 적용 부품으로 '차량 가격'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고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감성적인 만족감'을 찾는 이들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를 '기술 발전의 척도' 혹은 '정교한 이동 수단' 등의 소비재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명함'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배기량 = 자신의 자존심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 작아진 배기량에 비아냥 거리는 광경이 펼쳐지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는 어느새 다운사이징 세단들이 입지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 특히 택시든 뭐든,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쏘나타를 비롯해 K5, 르노삼성 SM6, 쉐보레 더 뉴 말리부 등 국내에 판매 중인 대다수의 중형 세단들에는 이제 '다운사이징 엔진'이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CSS 아래 탄생한 더 뉴 말리부의 E-터보

지금 기준으로 중형 세단 다운사이징의 아이콘 자리는 '쉐보레 더 뉴 말리부 E-터보'가 분명하다. 쉐보레 더 뉴 말리부는 기존 다운사이징 중형 세단들의 엔진마저도 커보이게 만드는 1.35L(정확히는 1,341cc)의 3기통 엔진을 보닛 가운데에 품었다.

이 엔진은 지난 2014년 GM이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밝혔던 향후 자동차 개발, 생산 전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CSS'의 기조 아래 탄생했다. 참고로 '미국 브랜드는 기술력이 부족하다'라는 편견이 많은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GM은 이미 CSS를 과거부터 준비해왔다.

세세히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간결히 설명하자면 CSS는 엔진의 블록을 공유하는 '모듈형 엔진 개발'에서 벗어나 실린더의 기준 규격을 만들고, 이 실린더의 수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보다 세분화된 모듈형 엔진 개발'이다.

이러한 규격 중 하나로 447cc의 실린더가 마련되었고, 이것을 3개를 묶어 하나의 엔진으로 패키징한 것이 바로 이번의 E-터보 엔진인 것이다. 어쨌든 이를 통해 기존 모듈형 엔진 개발 대비 엔진의 부피 및 무게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보닛 레이아웃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기존 1.5L 터보 엔진 대비 10마력과 1.4kg.m의 토크가 낮은 156마력과 24.1kg.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연속된 출력 전개를 보장하는 VT40 CVT를 조합해 효과적인 출력 전달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우수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이와 함께 리터 당 14.2km라는 우수한 복합 연비(16, 17인치 기준 / 19인치 기준 13.3km/L)를 구현하니 '특유의 3기통 사운드'와 기존 대비 소폭 증가된 진동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 참고로 말리부 2.0L 터보 모델의 경우에는 지난 8세대까지 북미 시장 등에서 판매되었던 V6 사양의 다운사이징 모델이다.

다운사이징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SM6 TCe

9세대 쉐보레 말리부가 전 라인업을 다운사이징터보 엔진으로 꾸리기 전, 르노삼성은 SM6 TCe, 그리고 그 이전의 SM5 TCe를 통해 다운사이징 터보 중형 세단이 국내에서 생존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하는 '실증'을 펼쳐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합격'이었다.

르노삼성이 선보인 TCe 엔진은 4기통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의 레이아웃을 갖췄다. SM6 TCe를 기준으로 최고 출력 190마력과 26.5kg.m의 토크를 내며 7단 EDC 변속기를 조합했다.

이를 통해 SM6 TCe는 기민한 주행 성능과 함께 12.3km/L에 이르는 출력 대비 만족스러운 출력을 구현한다. 참고로 SM6 TCe의 1.6L TCe 엔진은 출력 자체로는 국내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2.4L 혹은 2.5L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세팅이라 할 수 있다.

주행 질감에서는 간간히 터보랙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출력이 좋은 편이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7초 만에 가속할 수 있는 민첩성을 보장한다. 게다가 SM5 TCe부터 지금까지 '터보 엔진의 내구성' 부분에서도 큰 아쉬움이나 문제는 없어 소비자들의 높은 만족감을 자아낸다.

완성도 높은 터보 중형 세단의 도래

혼다 어코드 터보 / 터보 스포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혼다는 과거부터 엔진을 잘만든다는 평가를 받아온 브랜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10세대 어코드에 적용된 '터보 엔진 라인업'은 정말 많은 기대를 받았다.

어코드 터보에 장착된 최고 출력 194마력과 26.5kg.m의 토크를 자랑하는 1.5L VTEC 터보 엔진은 물론이고 256마력과 37.7kg.m의 출력으로 출중한 가속력을 자랑하는 어코드 터보 스포츠 또한 우수한 엔진 기술력을 과시하는 좋은 표본이라 할 수 있다.

1.5 터보 엔진의 경우에는 가상 변속 로직을 적용한 CVT를, 2.0 터보 엔진에는 기어 비를 10개로 촘촘히 나눈 10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이상적인 출력 전개와 효율성 향상을 이뤄냈다.

이러한 조합은 평단과 리뷰어들에게 '두 엔진 모두 기존의 2.4L 및 V6 3.5L 엔진을 완전히 잊게 만든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호평을 받았으며 '혼다의 엔진 기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다만 그런 만큼 2.0L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시빅이 더욱 얄미웠다.

더욱 빨라질 다운사이징의 시대

혹자는 '다운사이징의 시대가 끝났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아직도 다운사이징의 가능성과 '높아진 시대의 허들'로 인해 다운사이징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물론이고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는 12V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도 기존의 자연흡기 파워트레인 보다 터보 시스템을 전제로 하는 저배기량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이 보다 우수한 출력, 효율, 친환경 등에 대한 결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세금 부분에서의 혜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중 하나다.

과연 중형 세단의 다운사이징은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까?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사진: 김학수 기자 / 한국지엠, GM, 르노삼성, 혼다코리아,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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