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전날 파열된 온수 수송관을 지역 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복구하고 있다. 사진처럼 이 지역은 두꺼운 암반 없이 대부분 흙으로 이뤄진 지질을 갖고 있다. 고영권 기자

사망 1명, 부상 30여명의 인명 피해를 낸 4일 경기 고양시 백석 열수송관 파열 사고의 원인이 27년 된 노후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 파열은 결과일 뿐, 지반 침하가 근본적인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땜질만으로는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사고 현장을 살펴본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6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지반 침하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관로를 만든 이후 개발을 하면서 지하수를 뽑아냈고 흙이 주저앉았다. 그래서 백석동 주변이 작년에도 (도로) 균열과 싱크홀로 문제가 됐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과거 시추 조사로 만든 지하 3차원 지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사고 지역은 흙이 10~15m로 깊고 지하수 수위가 지표면에 가깝다. 이런 지질에 지하철을 뚫고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면서 지하수를 퍼내면 흙도 같이 쓸려나간다. 흙이 쓸려나간 곳에 구멍이 생기고 위에서 충격을 받으면 도로가 꺼지는 싱크홀(Sink hole)이 생기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싱크홀이 다수 발생해 문제가 됐던) 잠실 제2롯데월드하고 똑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흙이 대부분인 지역에는 지하철이나 건물 신축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할까. 이 교수는 “지하수를 뽑아내는 배수공법 말고 (파낸 곳으로) 물이 안 빠지게 하는 방수공법이 있다. 그러나 비용이 싼 배수공법을 많이 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도시개발하면서 인허가 할 때 (흙이 많은 지역에는 방수공법을 써야 한다는) 그런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2,164㎞에 달하는 전국의 열 수송관 점검을 위해 이 교수는 취약지역 파악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기존에 시추조사한 자료를 모아 3차원 지도를 만들어서 흙이 두꺼운 지점을 가려내고 여기를 통과하는 관로를 우선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흙으로 이뤄진 지층에 공사를 할 때는 방수공법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4년 전 잠실 롯데월드에서 교훈을 얻어놓고 원인을 제대로 밝혀 다른 지역에 확산시켜야 하는데 전부 다 숨겨버렸다. 그런 식으로 덮어버리면 다른 지역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