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사우디 왕실 고문, 정보기관 2인자
“사건 현장 없었지만 살해계획 개입 혐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터키 법원이 2개월 전 자국 영토에서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 두 명을 체포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이스탄불 법원은 이날 사우드 알카흐타니 전 사우디 왕실 고문, 사우디 정보당국 2인자를 지낸 아흐메드 알아시리에 대해 카슈끄지 살해 모의 혐의로 각각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통신은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스탄불 검찰은 카흐타니와 아시리가 지난 10월 초 카슈끄지가 사우디 정부 요원들에 의해 살해된 사건 현장엔 없었지만, 두 사람이 암살 계획 수립에 개입한 ‘강력한 혐의’가 있다면서 법원에 이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현지 언론은 이들 두 명에 대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앞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국제적 논란으로 번진 이후, 자국 정부 요원들이 벌인 일임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물어 카흐타니와 아시리를 포함, 고위 인사 5명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사우디 정부는 해당 인사들이 카슈끄지를 사우디로 송환하는 작전을 기획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롯,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카슈끄지는 올해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그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우디 요원 일행에 의해 살해됐다. 시신마저 훼손돼 사라졌는데, 아직까지도 그 행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달 이 사건과 관련, 자국인 11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이들 중 살해와 시신 훼손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다섯 명에겐 사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우디 왕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와는 명확하게 선을 그은 이런 조치를 두고 국제 사회에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들끓었고, 이에 힘입어 터키는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은 카슈끄지 살해 명령이 ‘사우디 최고위급’한테서 내려진 것이라면서 시신 소재, 살해 지시 주체 등을 밝히라고 거듭 요구했다. 아울러 사건 발생 장소인 터키로 용의자들이 송환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지만, 사우디는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무함마드 왕세자 측근 인사들에 대한 체포영장의 진짜 노림수는 결국 ‘왕세자의 고립’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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