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아파트 공화국의 해법 – 흔들리는 서민 주거
집값 잡기에 치중했던 주택 정책의 초점을 취약계층 주거 안정화에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홍보전시관 ‘더 스마티움’에 설치된 신혼희망타운 견본주택을 한 시민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한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번째 나오는 부동산 대책이다. 그 동안 발표된 주택 대책들은 사실 ‘집값 잡기’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제와 금융 등 강도 높은 규제가 골자였다.

그러나 정부 주거 정책의 근본은 주거 안정화에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보편적 주거복지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 실현’은 제대로 펼쳐지지 않고 있다. 집값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된 사이 주거 약자들에 대한 보호는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국토부의 ‘2017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은 전체의 57.7%에 불과했다. 자가가 아닌 가구의 주거 형태는 전세 15.2%, 보증금이 있는 월세 19.9%, 보증금 없는 월세 2.6% 등이었다. 특히 소득 하위 40% 가구는 절반 이상이 전ㆍ월세였다.

이처럼 전체 가구수의 40% 이상, 저소득가구는 절반 이상이 주택임대시장에 노출돼 있지만 민간임대차시장 투명성과 세입자 권리보호를 위한 정부의 대책은 다소 소극적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임대차 시장 안정화’ 정책은 임대인의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아, 임차인 주거권 보장이 임대인 선의에 의존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비닐하우스나 고시원, 찜질방 등 집 이외의 곳에서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지난 10월 발표된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가구는 총 36만9,501명에 달했다. 고시원 거주 비중이 가장 높고(15만2,000명, 41.0%) 일터 공간ㆍ다중이용업소(14만4,000명, 39.0%) 숙박업소의 객실(3만명, 8.2%) 판잣집ㆍ비닐하우스(7,000명, 1.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도시개발 과정에서 수도권 외곽의 공원 녹지나 그린벨트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복지 혜택도 종전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정작 지원이 절실한 ‘흙수저’ 신혼부부들에게는 문턱이 여전히 높다. 위례와 수서역세권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져 신혼부부가 서울로 출ㆍ퇴근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입지가 좋은 곳은 분양가가 비싸다. 위례신도시 46㎡(전용면적)의 예정 분양가는 3억9,700만원, 55㎡은 4억6,000만원이다. 수서역세권은 월 부담금이 200만원을 넘을 수도 있다.

결국 입지가 좋은 곳은 재력가를 부모로 둔 ‘금수저’ 신혼부부들의 차지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그 동안 정부의 대책은 주거 안정화를 목표로 했지만 사실상 다주택자와 강남 집값을 잡는 데만 치중된 측면이 있다”며 “이제라도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주거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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