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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요건 없는 베이비시터 아기는 고통 속에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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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요건 없는 베이비시터 아기는 고통 속에 죽어갔다

입력
2018.12.05 17:25
수정
2018.12.05 21: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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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폐쇄병동 입원 전력

하루 한차례 우유 주고 발길질

15개월 영아 방치되다 결국 숨져

삽화=김경진 기자
삽화=김경진 기자

15개월 된 딸을 둔 직장인 A씨는 지난달 10일 한 병원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딸이 차가운 주검이 됐다는 것이다. 맞벌이부부로 주말까지 일하느라 평일은 24시간 종일 돌봄 어린이집에, 주말은 민간 베이비시터(babysitter)에게 딸을 맡긴 A씨는 아기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알게 된 뒤로 통한의 눈물을 삼켰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쳐 눈치채지 못한 아동학대 때문이다.

민간 베이비시터 김모(38)씨의 학대는 10월 12일 시작됐다. A씨 딸이 설사가 잦자 화가 나 하루 한 차례 우유 200cc만 먹였다. 이어 수시로 주먹과 발로 때렸다. 이런 날이 거듭되자 같은 달 21일 A씨 딸은 갑자기 손발이 뻣뻣해지면서 의식을 잃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씨는 24시간 넘게 아이를 방치하다가 다음날이 돼서야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조사부(부장 강수산나)는 김씨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민간 베이비시터’를 관리하고 감독할 법체계가 마련됐다면, 하다 못해 최소한의 검증 절차만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다. 그러나 관련 법체계와 절차는 전무하다고 말해도 무방한 실정이다.

실제 가해자인 김씨의 경우 10년간 우울증을 앓아 한 차례 폐쇄병동에 입원한 전력이 있는 등 정신 상태가 불안했지만 2012년부터 베이비시터를 해왔다. 심지어 2016년에는 뜨거운 물로 화상을 입게 하고, 물고문을 하는 등 두 명의 아이에게 학대를 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전력은 한 아기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 민간 베이비시터는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별다른 자격 요건이 없다. 흔히 위탁모라 불리지만, 아동복지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별되고 입양 대상 아이들이 입양되기 전까지 머물 공간과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제 위탁모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혼용돼 불리는 것부터 문제다.

게다가 주무부처가 없다 보니 민간 베이비시터에 대한 정보는 단순 ‘입소문’이나 이들이 일방적으로 올린 인터넷 구직 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근 맘카페에서 민간 베이비시터를 구하려 했다는 황모(36)씨는 “한국인 베이비시터를 구하고 싶어 ‘국적’에 한국이라고 돼 있는 분과 연락했는데 알고 보니 중국동포더라”며 “온라인상 관련 평가나 정보를 얼마나 신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등록제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에서 직접 자격 요건 등을 내세워 허가제로 관리하긴 힘들어도, 최소한의 정보와 함께 보건복지부 등에 등록하는 건 가능하다”며 “범죄경력 여부, 신체 및 정신 건강 검증 결과 등을 등록해 부모들에게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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