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인사 불이익’ 드러났어도 방어적 자세 논란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년 동안 떠돌던 ‘법관 인사 불이익’ 의혹이 검찰 수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지만, 대법원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많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전부터 법관 블랙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던 것과 달리 사법부가 ‘철벽방어’를 하는 이유를 둘러싸고 법조계 안팎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개인 의견 표명 등 부당한 이유로 인사불이익을 가한 정황이 드러난 법관 14명의 인사자료를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두 차례 자체 조사를 추가로 실시해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새롭게 공개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의혹 해소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검찰의 법관 인사 불이익과 관련한 인사자료 제출 요구를 대부분 거부하면서 사법부의 진실 규명 의지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압수수색을 통해 2014~2017년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확보한 후 문건에 거론된 법관들이 실제로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 불이익이 의심되는 또 다른 법관 30여명의 인사자료와 2014년 이전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법원행정처는 이 자료와 관련해 임의 제출을 거부하고,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며 수사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법관 사회 내에서도 예민한 문제인 판사 뒷조사와 인사불이익 의혹 해소에 사법부가 방어적 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고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이 구속될 위기에 빠지자, 수사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사법부가 의혹의 전면적인 해소보다 조직보호 논리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적어도 지난 2월 정기인사 때에는 이 같은 문건의 존재를 행정처에서 알지 않았겠느냐”며 “왜 스스로 밝히지 않은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자체조사 결과가 부정되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특별조사단은 판사 뒷조사 의혹과 관련해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피해 당사자인) 인사총괄심의관이 자료를 숨겼겠느냐”며 철저한 조사를 했다는 입장이었으나 검찰수사가 확대될수록 부실조사 시비와 특별조사단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에선 ‘국제인권법연구회 대 기존 엘리트 법관’의 프레임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워 김 대법원장이 현 수준에서 봉합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한 부장판사 출신 법조인은 “수뇌부가 법원 내부 갈등 구조가 확대될 경우 사법부 개혁마저 좌초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며 “검찰 손에 사법부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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