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동물원에서 탈출했다 사살된 퓨마 뽀롱이의 생전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소, 돼지, 퓨마, 붉은털원숭이… 넷의 공통점은 동물이라는 것도 있지만 좁게는 올해 자신이 살던 곳에서 탈출해 유명세를 탔다는 점이다. 이들이 자유를 누린 것도 잠시. 소와 돼지, 퓨마는 모두 사살되거나 포획과정에서 죽었고, 원숭이의 운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3월말 충남 서산의 한 도축장에서 네 살 된 암소가 사람을 들이받고 달아난 지 8시간 만에 도축된 사건이 있었다. 동물보호단체가 충남도청에 구조 의사를 밝혔지만 간발의 차로 이미 처분된 뒤였다. 새끼를 두 번 출산하고 번식력이 떨어진 암소의 ‘반란’은 그렇게 끝났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7월. 이번엔 제주의 한 농가에서 새끼 때 탈출했던 돼지가 1년 4개월 만에 붙잡혔다. 민가와 가까운 풀숲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콩, 호박 등을 먹으면서 숙식을 해결해왔는데 피해 농가의 신고로 결국 포획됐고, 이 과정에서 발버둥을 쳤던 돼지는 이동 중에 생을 마감했다. 소와 돼지는 우리가 식탁 위에서 음식으로 마주하는 동물이지만 둘의 탈출은 농장동물 처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도중 화제가 된 동물도 있다.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 살던 퓨마 ‘뽀롱이’는 사육사가 실수로 열어놓은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고 동물원 내 야산을 배회한다 사살됐다. 불과 4시간 30분만에 일어난 일이다. 퓨마의 죽음은 동물원의 존폐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가장 최근에 탈출했다 붙잡힌 주인공은 영화 ‘혹성탈출’을 떠올리게 한 붉은털원숭이다. 지난달 초 전북 정읍에 원숭이를 3,000마리까지 키워 실험에 필요한 기관에 지원하겠다며 문을 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영장류자원지원센터 개관 첫날. 야외방사장에 있던 네 살 된 암컷 원숭이는 길게 늘여진 줄을 타고 방사장을 나갔고 2주 만에 포획돼 현재 계류장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탈출한지 2주만에 구조용 덫에 잡힌 붉은털원숭이. 연합뉴스

사실 이 넷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인간을 위해 길러졌다는 것이다. 소와 돼지는 음식, 퓨마는 눈요기 감, 원숭이는 질병연구나 신약개발 등 실험을 위해 동원됐다. 그러다 보니 인간이 정해놓은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 순간 바로 도태되는 운명에 처했다. 고기로 활용되려던 암소는 마취제 성분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도축돼 폐기물업체에 넘겨졌다. 1년 넘게 소리도 내지 않고 살 정도로 똑똑했던 돼지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힌다는 이유로 결국 포획도중 죽었다. 사육장 속에서는 볼거리였던 퓨마는 사육장을 나오는 순간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면서 사살됐다. 그나마 원숭이는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과 600만원이라는 ‘몸값’ 덕분에 사살되지 않고 포획됐다.

우리는 여전히 동물을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농장동물을 도축할 때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동물복지 도축장’은 손에 꼽힌다. 동물원 속 동물들은 여전히 좁은 공간을 왔다 갔다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하고 있다. 실험동물의 경우 최소한의 사육기준 가이드라인만 제시되어 있을 뿐이어서 실험기관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전혀 제재할 방법도 없다.

당장 모든 동물을 먹지 말고 동물원에서 풀어주고 실험에 동원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이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마움을 느끼고 또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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