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서 “부패ㆍ면책 끝낼 것”… 대통령ㆍ고위 관료 급여도 삭감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 ‘로스피노스’가 일반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2일 시민들이 이 곳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옷장입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 ‘로스피노스(Los Pinos)’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1일(현지시간), 안내를 하던 한 가이드는 텅 빈 커다란 방을 가리키며 이같이 설명했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개인도서관, 드넓은 주방 등 초현실적 풍경을 일반 멕시코 시민들이 직접 둘러볼 수 있었다. ‘검소한 대통령’을 자처하며 이날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첫 번째 공약 이행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궁 개방에 대해 “수도의 작은 집에 살며 자신의 겸손을 증명하려는 멕시코 좌파 지도자의 의도”라면서 “전임자가 사치 속에 살았다는 걸 입증하려 했다면 그는 성공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서 89년 만에 좌파 정권 교체를 이끈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이른바 ‘험블(humbleㆍ겸손한) 정치’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사치 척결’을 내걸고 소박하고 투명한 정부를 표방한 그는 취임식에서도 “멕시코의 재탄생을 가로막는 부패와 면책을 끝낼 것”이라며 근본적 변화를 예고했다.

WP에 따르면 1934년부터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로스피노스는 부지 면적이 미국 백악관의 14배에 달한다. 그 웅장함과 화려함만큼 멕시코 정부의 폐쇄성, 부패를 보여주는 ‘과잉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날부터 멕시코 시민들의 문화공간, 곧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WP는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열린 저택’이라고 표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험블 정치 공약은 이뿐이 아니다. ‘낭비의 상징’으로 지목받은 대통령 전용기의 매각 작업도 첫발을 뗐다. 멕시코 재무부는 2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에서 “2012년부터 전용기로 쓰인 2억1,800만달러짜리 보잉787 드림라이너 항공기가 매각을 위해 3일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우르수아 재무장관은 ”지난 정부의 다른 항공기 60대와 헬기 70대도 팔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매각 자금은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다.

정치인 ‘특권 내려놓기’도 대통령부터 시작한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우선 입법정책으로 ‘대통령 면책특권 폐지’를 약속했다. 멕시코 현행법상 반역 등 특정 중범죄를 저질러야만 탄핵이 가능한데, 이를 개정해 대통령도 비위를 저지르면 처벌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과 고위 관료의 급여도 절반 이상 삭감할 계획이다.

멕시코 국민들의 평가는 일단 후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신임 대통령의 지지도가 67%에 달한다고 전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그가 부패와 가난,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본질적 개혁 대신 보여주기 식 이벤트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국립자치대 학생 에리카 발렌시아는 “세계 각국은 정상끼리 만나는 장소가 있다. 이제 멕시코는 그곳이 어디인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궁의 ‘박물관 전환’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WP는 “멕시코인 상당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급진적 정책’이 얼마나 진지한지 묻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신임 대통령이 1일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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