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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컴퓨터 못 다루고 그림 못 그려도 이모티콘 작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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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컴퓨터 못 다루고 그림 못 그려도 이모티콘 작가 될 수 있어요”

입력
2018.12.05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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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강동구의 자택에서 만난 이모티콘 작가 임선경(오른쪽)씨와 아들 주영성씨. 박소영기자
1일 서울 강동구의 자택에서 만난 이모티콘 작가 임선경(오른쪽)씨와 아들 주영성씨. 박소영기자

“한국사람은 왜 이렇게 이모티콘을 많이 쓸까요?생각해보니 표현은 서툴지만 소통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더라고요. 본인이 못하는 소통의 영역을 이모티콘이 대신하는 거죠.” 2013년부터 이모티콘을 제작한 임선경(50)작가는 ‘사랑하는 그대에게’ 시리즈를 포함해 지금까지 3개의 플랫폼에 22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한 이모티콘 1세대대표작가다.어머니의 작업을 보며 2016년 대학생 아들 주영성(23)씨도 이모티콘 제작에 뛰어들어 '이초티콘’을 포함한 7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다작을 하면서 사랑받는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뭘까. 1일 서울 강동구 자택에서 이뤄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자는 “공감과 사용성만 이해한다면 아이디어만 가지고 누구나 사랑받는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 작가는 이모티콘의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감이라고 말한다.30년간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인 그는이모티콘 1세대 작가들이 등장하던 2013년,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겠다는 생각에 이모티콘 제작을 시작했다. “이모티콘은 대화할 때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고, 그림 작업은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담는 것이라 큰 차이가 있었어요.이모티콘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말장난하는 이모티콘을 만들어봤지만 호응이 떨어졌고, 이후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이모티콘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임선경 작가의 이모티콘,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모티콘들. 카카오이모티콘숍 캡쳐
임선경 작가의 이모티콘,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모티콘들. 카카오이모티콘숍 캡쳐

이런 분석을 통해 탄생한 임 작가의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40대 이상 여성들이 주 사용자다. 익살스럽고 과격한 이모티콘이 많던 당시 어머니들이 사용할 이모티콘이 없다는 점에서 착안해 따뜻하고 공손한 말투를 사용하고 공들인 그림을 내세운 ‘소녀감성’ 이모티콘을 만든 것이다.

임 작가는 “연령대의 특성상 모호한 감성보다는 확실한 감정표현을 선호하는 점을 반영했고, 고마움을 표현할 때도 ‘감사’라는 한 단어만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와 같이 힐링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더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출시 다음날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 이모티콘을 누르고 매출 2위를 기록했고,지금까지 계속 업데이트돼 열 번째 버전까지 나왔다.

반면 그림을 배우지 않은 아들 주 작가는 어머니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 평소 또래가 사용하는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임 작가와 달리 주 작가는 주변 사람들이 대화할 때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주의깊게 관찰한다. 철저히 1020 세대의 사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발그림 콘셉트로 가자’며 단숨에 만든 ‘이초티콘'이 주 작가의 데뷔작이자 히트작이다. 이름도 ‘2초만에 그렸다’는 의미를 담았다. 주 작가는 “1020세대사용자들은 그림의 선이 삐뚤삐뚤하고 캐릭터의 팔다리 비율조차 맞지 않은데도 정이 가고 귀여워보인다, 불완전한 자신을 닮은것 같다고이야기해 줬다”며 “예상 밖의 사랑을 받아 ‘이초티콘’의 수익으로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다”고 말했다.

주영성 작가의 '제제의 발그림, 이초티콘'의 이모티콘들. 카카오이모티콘숍 캡쳐
주영성 작가의 '제제의 발그림, 이초티콘'의 이모티콘들. 카카오이모티콘숍 캡쳐

1020세대는 이 '대충그린' 이모티콘을 구입해 자기들 나름의 놀이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임 작가는 "이초티콘을 사서 본인이 따라 그린 후, 친구들과의 채팅방에 ‘내가 더 잘 그렸다’며 그림 사진도 같이 찍어 올리더라. 이모티콘으로 놀며 소통을 하는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주 작가는 “1020세대의 주목을 받고싶어하는 심리에 착안해 이모티콘이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거려 도저히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관종(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용’ 이모티콘을 기획하기도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아들 영성씨 사례를 보며 '누구나 좋은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전문적인 그림 교육을 받을 필요도,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전문적인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두 작가는“꾸준히 저녁 두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한 달안에 훌륭한 이모티콘 한 팩(움직이는 이모티콘은24개,움직이지 않는 이모티콘은32개가 한 묶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도구도 제약이 없다. 임작가와 주 작가는 컴퓨터의 포토샵을 사용하지만 요즘엔 저렴한 태블릿 PC로도 이모티콘을 만든다. 임 작가는 “컴퓨터를 다루지 못해도, 종이에 그림을 그려 사진으로 찍은 다음 이모티콘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이모티콘의핵심인 공감은 연령대별로 다르기 때문에 10대면 10대, 30대면 30대로 타깃 사용자층을 좁힌 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주 작가는 “요새는 이모티콘이 올라가 있는 스토어 페이지에서 세대별로,또 성별로 인기있는 이모티콘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스토어를 잘 관찰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타깃층을 설정한 다음 캐릭터의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 주 작가는 “만약토끼 캐릭터를 그리겠다고 하면 단순히 토끼 캐릭터가 아니라 여기에 성격을 부여하는게 중요하다”라며 "매사에 힘이 없고, 대충대충 임하는 토끼를 그리겠다고 정한 후 세부적인 감정을 잡았다. 기쁨 슬픔 웃음 등 감정들을 잡아두고 먼저 노트에 수작업으로 스케치를 한 후 한 팩이 구상되면 컴퓨터 작업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모티콘작가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임 작가는 ‘나를 관찰하기’를 꼽았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평소 어떤 말을 쓰는지 관찰해보세요.남의 이모티콘이 아니라 본인이 쓸 이모티콘을 만들어보면,자연스럽게길이 열릴 겁니다.”

글·사진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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