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지성사의 한 거점이라 할 만한 놈 촘스키가 오늘 만 90세가 됐다. 위키피디아

석학이나 지식인이란 규정을 넘어 20세기 지성 생태계의 주요 거점이라 할 만한 이들 중에 드물게 생존해 있는 이가 놈 촘스키(Noam Chomsky)다. 그를 중심으로 현대 언어학이 구축됐고, 더 넓게는 인지과학 전반이 그의 자장 안에서 재편됐다. 그는 정치철학자이자 사회비평가, 맹렬한 정치운동가로서 독보적인 가치와 존재감을 모범적으로 유지해 왔다. 그는 미국 등 서구 강대국 정치 권력과 세계화된 자본 권력을 매섭게 비판하며 일관되게 인권과 평화, 자유를 옹호해 왔다. 그 가치관의 바탕에는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안과 바깥의 그 어떤 도그마에도 갇히지 않으려는 유연함이 깔려 있었다.

원년 자신의 변형생성문법을 끊임없이 수정ㆍ개선하며 언어학 전반의 학문적 진화를 추구해온 것처럼, 그는 “나는 항상 내가 한 말을 뒤바꾸곤 한다”고, “지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래야 한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5년 전에 가르치던 그대로를 가르친다면, 그 학문이 생명력이 다했거나, 아니면 그가 사고하기를 멈췄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촘스키가 “우리는 영웅을 찾기보다 좋은 생각을 찾아야 한다”고 했던 것은 1992년 미국 대선 이듬해인 1993년 9월 데이비드 콕스웰(David Cogswell)과의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선거기간 중, 얼마 전 작고한 조지 H.W 부시의 걸프전을 미국 초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인디언 전쟁에 대비시킨 일부의 ‘무엄한’ 발상에 한 반박을 요청하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영웅들이란 모두 복합적인 존재다. 제퍼슨의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은 대체로 선량했고,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태도도 근사했다. 하지만, 원주민 멸절은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의 입장은 그리 건전하지 못했다. 그게 인간이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스스로를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기괴한 모순들을 보게 될 것이다.”

제한적 말이나 행위를 근거로 대상을 전면적으로 평가하는 행위, 그 평가와 판단을 고집스레 고수하는 태도, 이를테면 맹목적인 정치적 팬덤을 그는 경계했고, 그런 경계의 태도야말로 지성의 값진 가치라 여겼다. 오늘 그가 만 90세 생일을 맞이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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