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고영권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1)ㆍ고영한(63)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 사상 전직 대법관이 범죄행위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첫 사례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두 전 대법관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개입ㆍ법관 사찰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두 전 대법관 몰래 범행 한 것이 아니라, 두 전 대법관은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을 행사한 사람”이라며 “임 전 차장 이상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2016년 2월,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2017년 5월 행정처장 업무를 수행했다.

박 전 대법관은 행정처장으로 지낼 당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의 후임인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낸 혐의 등을 받는다.

특히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두 사람이 행정처장으로 근무할 당시인 2014~2017년 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관련 문건을 확보했고, 언급된 법관들이 실제 부당하게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는 다수 정황을 확보했다. 그 중엔 사법부에 비판적 의견을 낸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정신질환자로 둔갑시키려 허위 정보를 만들어낸 정황(본보 11월24일자 1면)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문건엔 행정처장과 양 대법원장의 자필 서명이 기재돼 있는 만큼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가 충분히 입증 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두 사람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총 266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5일 또는 6일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직 대법관에 대한 사상 첫 구속영장 청구라는 점에서, 그간의 압수물과 전ㆍ현직 법관들의 증언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청구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5개월 넘게 진행된 사법농단 의혹 수사는 이제 사상 첫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만을 앞둔 상황이 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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