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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8년 정도 살았지만 우리나라처럼 진찰료 낮은 곳이 없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그 돈 받고 어떻게 의사하냐는 소리를 한다.”지난 27일 서울 용산 전자랜드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주최해 열린‘바람직한 의료를 위한 진찰료 정상화 토론회’에서 나온 한 의대 교수의 말입니다. ‘30분 대기·3분 진료’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 온 저수가, 그 중에서도 의료서비스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진찰료를 ‘정상화’하자는 게 이날 토론회의 주제였습니다.

올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개원의의 평균 연봉은 2억3,000만원. 의사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통계는 그렇습니다. ‘그 돈 받고 어떻게 의사하냐’고 하기엔 많이 벌지 않나… 순간 갸우뚱했지만 의원급 외래 초진료를 비교한 그래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절반, 미국의 4분의 1 수준의 진찰료를 받는다는 것(2016년 기준)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진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호텔을 갔는데, 발레파킹 비용으로 2만원을 받더라. 중졸도 한 달 트레이닝을 받으면 할 수 있는 그런 일인데, 의사 진찰료가 지금 이 가격인 게 말이 되는 것인지…” 올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초진료는 1만5,310원입니다. 그 교수는 발레파킹 직원이 차 한 대 세워주는 비용으로 호텔이 2만원을 받는데, 학업과 수련에 10여년을 투자한 의사는 진찰비로 그에 못 미치는 돈을 받는다는 사실에 불만을 토로했던 겁니다. 은연중에 저학력 노동자에 대한 비하 심리를드러낸 것 아닌가 해서 순간 섬뜩했습니다. 또 호텔 발레파킹이라는 서비스는 고소득자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이고 이용하지 않아도 그만인 반면,의료 서비스는 저소득자도 아프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두 가지를과연 단순비교할 수 있는 것일까요.

다른 참석자는 “의사는 육체적 노동, 정신적 노동에 지적 가치를 더해야 하는 고난도의 직업군이다. 그런데도 의사만을 위한 가치 평가를 찾아보기 어렵고, 택시 면허권이나 조업권 같이 배타적 면허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고난도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직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국제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꼴찌에 가까운데도 의사들의 반발로 의대 정원은 단 한 명도 못 늘리는 상황인데 실질적으로 배타적 면허가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요.

진찰료 정상화, 즉 진찰료 인상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을 하게 하는 말들이었습니다. 의사들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진찰료 인상과 수가 정상화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국민들은 만약 실제로 진찰료 인상이 이뤄졌다 해도 정말로 ‘3분 진료’ 관행이 없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혹시나 막대한 재원을 들이고서도의료서비스는 그대로고 의사의 수입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실제 토론회장에서 나온 저런말들은 “환자 당 진료 시간을 늘려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남보다 많이 배웠으니그만큼은 벌어야겠다”는속내를 은연중에 드러낸 것만 같아 입에서 쓴 맛이 났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개최된 ‘전국 의사 총궐기’에 모인 1만여명의 의사들이 행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의협은 정부에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료 시간과 무관하게 동일하게 책정되는 낮은 진찰료가 ‘박리다매식 진료’를 낳는 주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날 발제자였던 김교현 천안충무병원 예방의학전문의는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없어도 문제지만, 환자가 있어도 빨리 봐야 안심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자를 많이 보지 않으면 병원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진찰료를 인상해 원가 수준에는 근접해야 의사들도 더 여유를 가지고 충분한 진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바쁜 건 사실입니다. 병원에 가면 늘어선 환자를 보느라 너무나 급하게 뚝딱뚝딱 진료를 보는 의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진찰료 인상만으로 ‘3분 진료’를 탈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진찰료가 원가 보상에 못 미쳐서 한 번에 인상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지만, 저희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면서“올리면 재정은 엄청나게 들어가는 반면, 의료 전달체계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의사는 의사대로 환자는 환자대로 힘든데 그게 과연 해결될지는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찰료만 가지고 얘기하면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면서“전체적인 틀에서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도 ‘3분 진료’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찰료 인상을 넘어서 상급병원으로 쏠리는 의료전달체계의 개선, ‘저부담-저급여-저수가(3低)’인 건강보험제도의 개혁, 진찰료 별도의 교육상담료 도입 등 다양한 해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토론회가 끝날 무렵 한 의사분이 이렇게 소신발언을 하시더군요. “단순히 진찰료의 문제가 아니라 보험체계를 바꿔야 한다”면서“진찰료를 올리면 (환자가 줄어) 수입이 뚝 떨어질 수 있다. 의사 스스로 그걸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지, 진짜로 15분 동안 환자 진료할 마음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마음가짐과 재정(보험 체계)에 대한 이야기 없이 진찰료 인상 논의를 하는 건 문제이지 않나.”

이날 최대집 의협회장의 축사 중에는 “수가 정상화는 의사들이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환경을 조성하자는 의미”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정말 그런 마음가짐으로 진찰료 인상을 요구하는 거라 믿고 싶습니다.

최나실 기자y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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