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지평선] 대만의 탈원전

입력
2018.12.01 04:40
수정
2018.12.07 16:13
26면
0 0

오랫동안 원전 문제로 사회 갈등을 앓았던 대만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2002년이었다. 그해 민진당과 국민당으로 대표되는 여야 타협의 결과 환경기본법 제23조에 ‘정부는 계획을 마련해 탈핵국가라는 목표를 단계적으로 달성한다’고 명시했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결국 원전을 버리는 ‘비핵가원(非核家園)’ 목표로 나아가자는 정치적 합의였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탈핵국가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교육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갔다.

□ 대만의 이런 탈원전 바람을 부채질한 것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이듬해 총통 선거를 앞두고 당시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후보는 국가적 합의였던 탈핵 시기를 ‘2025’년으로 못박았다. 연임을 노리던 국민당 마잉주 후보는 운전 중인 원전 6기는 수명 연장을 하지 않고 가동을 앞둔 새 원전 2기는 계획대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선거에서 이긴 마잉주는 새 원전 가동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부닥쳐 결국 2014년에 새 원전 시공ㆍ가동 동결까지 결정하고 만다.

□ 최근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대만 국민투표에서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자력발전을 정지한다’는 전기사업법 조항 폐지가 결정됐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현 여당인 민진당 방침대로 탈원전을 앞당기려던 것이지만 대규모 정전사태 등으로 전기 부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탈원전 속도 조절’ 여론이 우세해진 결과다. 대만 정부는 7년 안에 모든 원전을 정지시킨다는 목표를 늦추고,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인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정부는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향후 60년에 걸쳐 원전을 모두 정지하자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대만처럼 서두르지 않았다. 원전 신설이 논란이 되자 공론화를 통해 공사 계속을 결정했다. 그 결과 당분간 가동 원전이 오히려 늘어난다. 대만 국민투표 결과를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탈원전에 제동 건 것으로 오도해서는 안 된다.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때 ‘원전 축소’(53.2%) 결론이 나오고 이제 1년 지났는데 다시 국민투표로 원전 정책을 물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