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사람이야기]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실험용 영장류 수입 대체한다지만
기준 부실한데 정부 감독조차 없어
각종 실험에 동원되는 붉은털원숭이. 연합뉴스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동물인 원숭이와 유인원. 원숭이의 유전자(DNA)정보는 인간과 95% 정도, 침팬지는 98%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는 유전학적이나 생체 내 구조 측면에서 인간과 많이 닮은 만큼 각종 실험에 동원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7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만 지난해 실험에 동원된 원숭이류는 2,403마리. 이 가운데 92%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동물실험에 동원됐다. 동물실험은 고통의 정도에 따라 가장 낮은 A등급부터 가장 심한 E등급까지 나누는데, 실험에 동원된 원숭이 10마리 중 9마리는 D와 E등급에 해당했다. 질병연구나 신약개발을 위해 번식실험, 독성실험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험에 동원되는 영장류는 대부분 게잡이원숭이, 붉은털원숭이 등이다. 이들은 모두 멸종위기의 동ㆍ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ㆍ사이테스)Ⅱ급에 해당한다. 그만큼 국제적으로도 거래가 제한되어 있는데, 국내 실험에 동원되는 원숭이들은 모두 중국, 베트남 등에서 수입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우리나라에도 영장류 자원의 대량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영장류 수급문제를 해결한다며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준공식 당일 네 살 된 암컷 붉은털원숭이 한 마리가 탈출해 2주 만에 붙잡힌 소동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전북 정읍 입암면에 세워진 이 센터는 551마리의 원숭이를 보유하고 있는데 연내 500여마리를 추가로 들여오고 장기적으로는 3,000마리까지 확대해 국내 연구기관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 사육되고 있는 붉은털원숭이 모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사육기준 지키지 않아도 되는 실험동물 생산시설

하지만 개관 직후부터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먼저 실험동물의 경우 최소한의 사육기준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이어서 이를 사육하는 기관들에 대한 감독도 이뤄지지 않는데다 기관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사이테스 종의 경우 사육기준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정해져 있다. 예컨대 게잡이원숭이와 붉은털원숭이의 경우 동물원에서 전시하려면 마리당 넓이 11.6㎡, 높이 2.5m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동물실험시설은 예외가 된다. 같은 원숭이라 하더라도 영장류자원지원센터와 같이 실험용으로 수입된 원숭이들의 경우 종류나 무게 별로 마리당 넓이 0.15~1.35㎡, 높이 50.8~116.9㎝의 좁은 공간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조차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는 영장류의 경우 동물실험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는 대조적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85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비인간 영장류의 정신적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적합한 환경개선 계획을 세우고 따라야 한다’고 영장류 사육 규정을 강화했다. 사육장 면적이나 관리 외에도 나뭇가지, 그네, 거울 등 놀이감을 주거나 환경과 먹이 등을 통한 자극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동물의 행동을 끌어내는 활동인 ‘환경풍부화’를 법으로 의무화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EU의 경우 실험동물보호지침을 통해 비인간 영장류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임상적 상태의 예방, 치료 등에 한해서 다른 종 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생명윤리를 강조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19일 오전 9시 46분쯤 전북 정읍시 입암면 한 숲에 설치된 구조용 덫에 붉은털 원숭이가 들어가 있다. 붉은털 원숭이가 탈출한지 약 2주만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현행법상 사이테스 Ⅰ급ㆍⅡ급 포유류 인공번식 수입 안돼

영장류자원지원센터 건립 목적 자체가 앞으로 실험용 원숭이들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번식시켜 국내 실험기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인 만큼 인공번식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야생생물법상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보유한 원숭이들을 인공번식시킬 수 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현재 551마리의 원숭이들을 과학연구용(S)으로 들여왔다. 추가로 들여올 500여마리 역시 같은 용도로 수입할 예정이다. 이는 사이테스 Ⅰ급 전체와 Ⅱ급 중 포유류의 경우 인공번식용(B)으로의 수입은 불가능하기 때문. 하지만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과학연구용으로 들여온 동물의 경우에도 예컨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번식실험을 하는 경우 인공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551마리 역시 인공증식을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부의 입장은 다르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공급하는 551마리와 이들이 출산하는 원숭이들은 번식실험에만 사용되지 않고 독성흡입 등 다양한 실험용으로 활용될 것인 만큼 인공번식용으로 활용해도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현행법상 원숭이들의 인공증식이 불가능함에도 이에 대한 검토 없이 국민의 세금을 들여 일단 지어놓고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지수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센터장은 “당장 원숭이들을 번식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먼저 자원을 확보한 다음 정부와 협의를 거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현행법에 대한 검토와 부처 간 협의도 없이 185억원이라는 국민의 세금을 들여 대규모 실험동물생산시설을 지은 것”이라며 “이는 동물실험을 줄이고 대체실험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