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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 ‘임원 폭행’ 공식 사과…서울사무소 농성 접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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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 ‘임원 폭행’ 공식 사과…서울사무소 농성 접기로

입력
2018.11.29 09:34
수정
2018.11.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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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유성기업 김모 상무가 노조원들로부터 폭행당해 119구급대원에게 응급조치를 받고 있다. 유성기업 제공.
지난 22일 유성기업 김모 상무가 노조원들로부터 폭행당해 119구급대원에게 응급조치를 받고 있다. 유성기업 제공.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유성기업 지회 조합원들의 지난 22일 사측 임원 폭행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서울사무소 농성을 풀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29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는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며 지난달 15일부터 유성기업 서울사무소에서 점거 농성을 벌여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2일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조합원 여러 명이 사측 공동대표 김모(49) 상무를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파장이 커지자 1보 후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지회 입장문에서 “지난 22일 노사갈등 상황에서 발생한 유성기업의 불상사에 대해 노동조합은 책임을 느끼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자(김 상무)의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그동안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또한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노조는 이번 폭행이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기인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유성노동자들은 지난 45일 동안 교섭을 요구하며 서울사무소 농성과 전면파업을 진행했으나 사측은 상견례와 단 한차례의 교섭만 응했다”며 “(그러면서도) 다수노조인 금속노조와 교섭은 외면한 채 소수노조인 제3노조와는 수차례 집중교섭을 진행, 합의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는 사측이 금속노조 지회를 파괴하기 위해 ‘어용 노조’인 제3노조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노조 파괴’로 악명이 높고 형사처벌까지 받았던 사측의 잘못은 가려진 채 이번 상해 사건만 부각되는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주야2교대제를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해 밤샘 근무를 없애자는 노조의 요구 이후 본격화한 노사 갈등은 파업과 직장폐쇄, 사측의 노조 파괴 기도, 조합원에 대한 무더기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 등 기나긴 분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16년 3월 조합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법원에서 이런 노조 파괴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노조는 “노무담당 임원에 대한 불상사가 일어난 후 회사측은 유성노동자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난 8년 동안 유성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범죄와 인권을 무시한 사측의 학대에 시달린 유성노동자들의 고통을 보도하지 않고 외면하던 보수언론과, 마찬가지로 사태를 외면하던 정치권이 한 덩어리로 뭉쳐 유성기업의 사건을 노조혐오와 정치공세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서울농성장을 정리하고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노조파괴 종식을 위한 힘찬 투쟁을 벌이겠다”며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의 노조파괴 불법행위와 배임 혐의에 대해 좌시하지 않는 것이 또 다른 곳에서 발생될지 모를 제2의 유성사태를 막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유성지회 입장문 전문

1. 지난 22일 노사갈등상황에서 발생한 유성기업의 불상사에 대해 노동조합은 책임을 느끼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피해자의 쾌유를 빕니다. 또한 그동안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또한 사과드립니다.

2. 유성노동자들은 지난 45일 동안 교섭을 요구하며 서울사무소 농성과 전면파업을 진행했으나 사측은 상견례와 단 한차례의 교섭만 응했습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주말을 포함 언제라도 교섭을 이어가자 제안했으나 회사측은 ‘바쁜 업무와 주말은 개인일정으로 어렵다’는 무책임한 태도만 보였습니다. 회사측은 다수노조인 금속노조와의 교섭은 외면한 채 소수노조인 제3노조(기업노조)와는 수차례에 걸친 집중교섭을 진행, 합의에 근접했습니다. 해결의 의지는 없이 여전히 차별과 배제로 노사관계를 형성하려는 사측의 태도에 현장조합원들의 분노는 한계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3. 노무담당임원에 대한 불상사가 일어난 후 회사측은 유성노동자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유성에서 벌어진 노조파괴범죄와 인권을 무시한 사측의 학대에 시달린 유성노동자들의 고통을 보도하지 않고 외면하던 보수언론과, 마찬가지로 사태를 외면하던 정치권이 한 덩어리로 뭉쳐 유성기업의 사건을 노조혐오와 정치공세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정부를 공격하는 데 유성노동자를 팔고 있으며, 여당은 이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4. 유성지회는 더 이상 서울농성장에서 사측이 교섭에 나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서울농성장을 정리하고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노조파괴 종식을 위한 힘찬 투쟁을 벌이겠습니다. 유성기업 유시영회장의 노조파괴 불법행위와 배임혐의에 대해 좌시하지 않는 것이 또 다른 곳에서 발생될지 모를 제2의 유성사태를 막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그리고 회사측이 교섭에 나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며 어디서라도 교섭과 대화에 응하겠습니다.

5. 노동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도 중재와 조정이 아닌 노사 직접교섭을 통한 해결이 가장 빠른 길임을 인식하고 유성기업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요청합니다. 언론에서도 정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맥락을 무시한 채 사건을 편집하는 보도행태를 지양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알리는 공정한 보도를 진행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끝)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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