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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대강 자연성 회복,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18.12.0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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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은 흐르면서 누구와도 격의 없이 소통한다. 강은 윗마을과 아랫동네를 이어주고, 사람이 자연을 만나는 첫 출발이며 뭇 생명의 터전이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의 길도 흐르는 강에 답이 있다. 민관이 진솔하게 대화하며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지역과 지역이,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

2008년 12월 15일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발표된 지 10년이 지났다. 보 개방과 모니터링, 처리방안을 심의하는 위원회가 발족하니, 4대강 사업 비용편익분석 결과를 법정에서 증언했던 나로서는 감회가 새롭다. 그간 이 사업의 실효성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과 다양한 입장이 있었다. 과거의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 시점에서 4대강 보를 책임 있게 평가하여 처리방향을 매듭짓는 일이다.

지난 11월 16일 4대강 조사ㆍ평가 전문ㆍ기획위원회가 발족됐다. 전문위원회는 물환경, 수리ㆍ수문, 유역협력, 사회ㆍ경제 4개 분과로 나뉘어 부문별 검토를 한다. 각계의 추천을 통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분들이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기획위원회는 주요 안건을 심의하는 기구다. 당일 첫 회의에서는 보 평가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회는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보 평가기준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칠 것이다.

4대강 조사ㆍ평가 전문ㆍ기획위원회는 대통령 훈령으로 만들어진 공식 기구다. 국민과 국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위원 모두 막중한 소명의식을 갖고 4대강의 미래를 고민하고 최선의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환경부는 4대강이 현재 상태가 되기까지 환경지킴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환경부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보 개방의 영향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과 성심껏 소통하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위원회에 참가하는 전문가들은 4대강 16개 보 처리방안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내놓아야 한다. 학자로서의 양심과 지식을 토대로 겸허한 자세로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개인적 이해관계에 영향 받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긴 시간 4대강의 변화를 지켜보며 묵묵히 활동해 온 환경단체의 노고를 잊을 수 없다. 이제 위원회의 일원인 만큼 현장성과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 주기 바란다.

나 역시 4대강 조사ㆍ평가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역사적 책임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활동할 것을 다짐한다. 외부 목소리에 영향 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성찰적인 토론과 검증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국민과의 대화와 소통에 열린 자세로 임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강은 우리 삶의 기초요, 오고 올 후손이 살아갈 터전이다. 국민께서 선량한 감시자 역할을 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

얼마 전 금강수계 보를 완전 개방한 결과를 보았다. 물 흐름이 빨라져 조류 농도가 감소했고, 모래톱과 여울이 나타났으며, 물고기와 생물이 돌아왔다. 강 밖으로 노출된 퇴적물에는 식생이 살아났다. 4대강 자연성 회복 가능성이 일부 확인된 셈이다.

민관이 특단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강가에서 쉬고 있는 물새 떼를 보며 물새와 사람 모두가 자연성을 회복한 우리 강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을 꿈꿔 본다.

홍종호 4대강 조사ㆍ평가 공동 기획위원장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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