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기차 타고 렌터카 타고 전북 임실 여행
섬진강 상류, 임실 덕치면 구담마을.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다.

전북 임실은 위로 전주, 아래로 남원 사이에 끼어 있다. 인구는 물론, 여행객 숫자도 전주와 남원에 비하면 초라하다. 그래서 더 좋은 점이 있다. 인파로 몸살을 앓는 유명 관광지보다 나만의 여행지로 임실 만한 곳도 드물다. 대표 특산품인 임실치즈를 맛본 후, 섬진강 상류 강변마을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여행을 떠났다.

한옥 지붕이 아름다운 전주역.

기차를 타고 임실역에 내려도 되지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전주역에 내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유는 대략 3가지. 우선 용산역에서 임실역까지 운행하는 열차는 무궁화호(KTX는 서지 않는다) 6편에 불과하고, 시간도 3시간40분이 걸린다. 임실역에 내리더라도 드문드문 다니는 농어촌버스를 타려면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다. 여러 곳으로 이동하자면 택시비가 렌터카 비용보다 더 나올 수 있다. 결정적으로 임실에는 렌터카 업체가 없다. 그래서 임실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용산역에서 전주역까지 KTX(1시간30분 소요)로 이동한 후, 전주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주에서 임실까지는 대략 30분, 서울에서 총 소요시간은 2시간이다.

◇대한민국 유일의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테마파크의 치즈캐슬. 1층은 프로마쥬레스토랑, 2층은 홍보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포토존. 스위스 아펜첼러 지역을 모티브로 꾸몄다.

먼저 임실 여행 일번지 임실치즈테마파크로 향한다.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풍부해 웬만한 테마파크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 입장료가 없는데다 곳곳에 개성 만점 포토존이 설치돼 있고, 건물 외관만 보면 유럽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해외여행을 좀 해본 사람은 ‘어디서 본 풍경 같은데…”라며 고개를 갸웃하는데, 맞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치즈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스위스 동북부 아펜첼러 지역(Appenzellerland)를 모티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홍보관, 홍보탑(전망대), 프로마쥬레스토랑, 치즈레스토랑, 농특산품 판매장, 커피숍, 유가공공장, 임실치즈과학연구소 등 치즈 관련 시설이 집약돼 있어서 한국의 아펜첼러라 부른다.

임실치즈테마파크 홍보탑. 전망대 역할을 겸하고 있다.
임실N치즈피자 만들기 체험(2만7,000원)
치즈레스토랑에서 맛본 콰트로 포르마즈 피자(2만2,000원) 임실치즈와 체다, 보코치니, 까망베르, 크랜베르가 들어간 크림 베이스 피자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5가지 체험이면 치즈 도사가 된다. 홍보관에서 임실치즈의 역사를 배우고, 치즈관ㆍ테마관ㆍ파크관에서 치즈와 치즈피자를 만든다. 홍보탑에 올라 마을을 조망하고, 프로마쥬레스토랑이나 치즈레스토랑에서 임실치즈로 만든 수제 돈가스와 피자를 맛본 후, 임실N치즈판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체험비는 2만1,000원부터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임실치즈의 역사가 시작된 상성마을
상성마을 벽화골목에 지정환 신부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상성마을 벽화골목.
작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임실성당.

임실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치즈의 고장이 되었을까? 임실치즈의 역사는 1964년 가난한 농촌이었던 임실에 지정환 신부가 부임한 것에서 시작된다. 지 신부는 당시 군수의 부탁으로 임실 발전을 위한 일을 고민하다가 치즈를 만들기로 했다. 산양을 키워 산양유를 원료로 사는 대한민국 최초의 치즈공장을 세운다. 1968년 까망베르치즈 생산에 성공했지만 만족할 만한 제품은 아니었다.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프랑스에서 기술을 배워 돌아왔더니 기존의 인부들은 이미 모두 떠나버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산양유는 양이 적고 계절마다 품질이 다른 한계가 있어, 이때부터 젖소로 바꾸어 체다치즈를 만들었다. 그 결과 품질이 크게 향상되고 생산량도 증가해 1970년에는 서울의 대형 호텔에까지 납품하게 되었다. 오늘의 임실치즈가 탄생하기까지는 이후로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임실읍 성가리 상성마을의 벽화골목과 치즈 역사문화공간, 임실성당에서 자세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섬진강 따라 나만의 ‘소확행’ 여행
덕치면 장암리 김용택 시인 생가.

이제 나만의 소확행을 즐길 차례다. 임실 소확행 여행은 덕치면의 섬진강 줄기를 따라 내려가며 드라이브를 하다가 멈추어 구경하고 다시 이동하는 식이다. 첫 목적지는 진메마을. 마을 앞산이 길다는 뜻의 강변마을이다. 여유롭게 드리운 산자락과 휘어지는 강줄기가 조화롭다. 마을엔 김용택 시인의 집이 있다. 서정성 짙은 그의 작품은 대부분 섬진강의 빼어난 자연과 농촌 사람들이 배경이다. 섬진강이 낳은 시인이고, 섬진강이 빚은 작품인 셈이다.

강변사리마을은 섬진강변 4개 마을이자, 숙박ㆍ식사ㆍ체험 시설이다.
진메마을~강변사리마을 사이 섬진강 풍경
강변사리마을 식사. 마을 텃밭의 식재료를 이용한다.

두 번째 목적지는 강변사리마을. 강변에 모래벌판이 넓게 펼쳐진 모습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실제로 섬진강의 지형은 곡류가 많아 침식작용이 활발하고, 그 건너편에 고운 모래가 넓게 쌓인 다. 그래서 예전에는 다사강 혹은 모래가람이라고도 불렀다. 자연도 사람도 쉬어가는 곳이다.

섬진강도 식후경이다. 텃밭의 싱싱한 재료를 고집한 강변사리마을 밥상은 소박하지만 시골인심이 푸짐하게 배어 있다. 맛과 영양 모두 만족스럽다. 천연 식물을 활용한 염색체험도 흥미롭고, 캠핑장은 꿀맛 같은 휴식을 보장한다. 4만원이면 숙박과 식사, 체험까지 할 수 있다. 강변사리마을 홈페이지(www.gang42.com) 참고.

구담마을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지막 목적지 구담마을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찍은 곳이다. 본래 안담울이라고 했으나 마을 앞 섬진강에 자라가 많이 서식한다고 해서 구담(龜潭), 혹은 강줄기 아홉 군데에 소(沼)가 있어서 구담(九潭)이라고 부른다. 비탈의 정자나무에 서면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다.

박준규 기차여행 전문가 sakaman@naver.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