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구 화재가 큰 피해를 낳으면서 경영진 책임론이 비등하다. 통신 공공성을 외면하고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황창규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직원을 8,300명이나 줄였다. 통신장비를 한곳으로 몰아 남은 건물을 호텔 등 수익용 부동산으로 개발하고 백업체계 등 안전망 확충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그의 취임 첫해 연봉은 5억7,300만원. 수익추구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이듬해 12억2,900만원으로 두 배가 뛰었고 그 이듬해 다시 24억3,600만원으로 뛰었다.

□ 국내 대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구매력 기준(물가 감안) 세계 최고라는 통계가 나왔다. 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3.1배나 됐다. 중소기업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62%. 현대ㆍ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4분의 1도 안 된다. 국내 대기업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늘어난 이익을 투자나 고용에 쓰기보다 대부분 사내유보 형태로 비축하는데 열중했다. ‘성과주의’ 미명하에 임직원 급여도 많이 올렸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협력업체나 가계소득으로 이전되는 낙수효과가 실종된 배경이다.

□ 대ㆍ중소기업의 협력을 통한 혁신성장은 기력이 쇠진해 가는 한국경제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한국이 비정규직 차별만 없애도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의 성장률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IMF 분석이다. 중소기업은 노동시장 내 극심한 임금 격차 탓에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도 정규직 과보호로 전체 고용이 오히려 줄어드는 실정이다.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중소기업ㆍ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을 높이는 ‘연대임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까닭이다.

□ 미국 의원 세비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자동 인상된다.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렵던 2011년 의원들이 세비 삭감 법안을 18건이나 제출했다. “경제가 어려워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의회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세비 인상에 혈안인 한국 정치인과는 딴판이다. 2013년 중국에서도 공산당과 공기업 간부들이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을 크게 줄였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대기업 정규직의 고임금 자제가 필수적이다. 정치권과 정부 고위직부터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국민과 함께 하려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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