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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상 마비된 KT 통신구 화재, ‘IT 강국’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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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상 마비된 KT 통신구 화재, ‘IT 강국’ 맞나

입력
2018.11.2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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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인터넷, 방송, 카드결제 먹통

사고 속수무책에 화재 원인도 몰라

통신구, 국가기반 시설로 관리해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24일부터 통신과 금융 서비스가 일시에 마비되는 ‘통신대란’이 발생했다. 통신실 지하에 매설된 유선회로와 광케이블 뭉치 등에 불이 붙으면서 서울 마포 서대문 은평구 등 서울 서북권 일대와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휴대폰 통화는 물론 카드결제 등이 불가능했다. KT 회선을 사용하는 ATM도 작동이 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공중전화기에 장사진을 이뤘다. 자영업자와 배달업체들도 손님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디지털 석기시대’를 경험한 셈이다.

화재진압과 복구작업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완전 복구에는 일주일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KT는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서야 고객들에게 사과 문자를 발송했다. 수많은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고도 화재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손해를 당한 고객들에게 응분의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화재 등의 재난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불이 난 지하 통신구에는 소화기 1대만 달랑 비치되어 있었다. 해당 지하 통신구는 길이 30m로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등 ‘연소방지설비’ 의무설치 구역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기간망인 KT와 같은 중요시설의 경우 통신이 마비되면 국가적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적절한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했어야 했다.

이 같은 국지적 통신대란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 종로5가 지하통신구 화재는 양수펌프 전기합선으로 불이나, 통신선 9만3,000회선이 소실됐고, 2000년 2월에는 여의도 공동구에서 불이 나 전화 3만3,000회선과 전선 270m가 탔다. 2003년에는 KT혜화전화국의 핵심 서버가 웜바이러스 공격으로 불통됐다.

통신구 사고가 날 때마다 각종 대책이 쏟아지지만 정작 정부차원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통신구와 전력구 등 지하구 관련 업무는 행정안전부, 지자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등으로 나뉘어 있어 주관부처가 불분명하다. 민간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지하구는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다. 통신구의 경우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우회망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백업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사실상 인재다.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인프라인 국가기간망 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기술발달에 따라 국가기간망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위험성도 커진다. 그래서 국가기간망은 항상 최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국지적으로 발생했지만, 전국 단위였다면 어땠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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