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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팔에 타투라도 하세요, 아니면∙∙∙

입력
2018.11.24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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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간지는 대부분 갖추고 있지만 다른 나라 신문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이 글이 실리는 코너다. 특이하게도 한국 신문들은 오직 연령에 따라 필자를 구분하여 청년 세대가 말하는 지면을 두는데, 이에 반해 중장년층이나 노년층 코너는 특별히 없고 여성이나 남성, 노동자나 경영자 등등의 별도 지면도 두지 않는다. 유독 2030의 발언대만 따로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요즘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윗세대 독자들의 욕구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본업이 예술계통인 사람으로서 유일하게 좋은 점은 나이나 지위에 관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종종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요즘 젊은이들’하고 대화가 어렵다는 호소를 듣는다. 노력은 하지만 인터넷에서 ‘꼰대 유형별 정리’ 같은 글을 읽을 때마다 자신도 ‘꼰대’가 아닐까 주눅이 들곤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선배 대접받기를 갈구하는 부류와는 전혀 다르다. 대등한 쌍방향 소통을 원한다. 오히려 후배들의 지지와 존경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일수록 혼자서 일방적으로 말하면 되기 때문에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요즘에는 “팔에 타투라도 하세요” 같은 농담으로 흘려 보낼 때가 많지만, 생각해 보면 아랫세대가 윗세대를 대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윗세대도 똑같은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기다. 대화의 어려움은 학교나 직장처럼 서열화된 조직이 아닌 곳에서도 발생한다. 따라서 그 까닭을 단순히 권위나 권력의 차이 때문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나이 차이가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희망하는 그들의 내면에는 자신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부여한 역할에 규격화된 인간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것일 터이므로.

그렇다면 대화의 어려움이 세대 간 경험의 층위가 다른 탓일까?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하니까, 영화감상실에 모여 어렵사리 컬트영화 비디오를 보던 세대와 전 세계의 영화 수십 편을 몇 분 만에 다운로드 받고도 귀찮아서 보지 않는 세대의 사고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훨씬 쉬운 서양의 경우를 설명할 수 없다. 더구나 지금 오십 세인 사람도 이십 대에 듀스나 서태지를 접했던 ‘신세대’라고 본다면, 그다지 경험의 차이가 크다고 하기도 어렵다.

내 생각에 세대 간 대화의 어려움은 권위나 권력, 경험의 차이가 아닌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집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집단은 거의 항상 자신과 동류인 사람들로 형성된다. 학교나 출신 지역, 직업, 나이 등등이 같거나 최소한 엇비슷한 사람들과 무리를 이루고 그 안에서만 대화를 하는 식이다. 여럿이 둘러앉아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술자리나 도무지 탈출할 수 없는 단체 대화방이 평균적인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다. 이것은 집단 안에 위계서열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대화의 부족(단절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연결망이 촘촘하지 않은 사회는 해체되기 쉬운 취약한 공동체다. 기성세대 중에도 열린 마음으로 뒷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무슨 용무가 있지 않다면 서로 어색하다. 지속적으로 집단을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집단이 되지 않는데 ‘요즘 젊은이들’과 대화하려고 하니 쉽지 않은 것이다. 내 제안은 이러하다. 여럿이 모이는 대신 일대일로 만나는 채널을 다양하게 늘려 두면 대화가 훨씬 쉽다. 부부나 연인, 단짝친구가 아니어도 충분히 일대일로 만날 수 있다. 단, 그러려면 우선 서로가 개인이 되어야 가능하다.

손이상 문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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