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뉴스분석] 973만원 vs 131만원, 소득격차 7배로 벌어졌다

알림

[뉴스분석] 973만원 vs 131만원, 소득격차 7배로 벌어졌다

입력
2018.11.23 04:40
1면
0 0

 3분기 저소득층 7%↓ 고소득층 9%↑… 소득주도성장 '참담한 성적표' 

 최저임금 인상에 저소득층 일자리 줄어… 靑 “정책 기조 변화 없을 것” 

2018년 3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통계청
2018년 3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통계청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가난한 이들의 가처분 소득을 올려주겠다는 정책 목표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소득층의 수입은 늘어, 양극화를 극복하겠다고 나선 정부에서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는 모순도 두드러지고 있다. 선의로 출발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왜 이런 당혹스런 ‘성과’를 낳은 것일까.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7~9월)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은 월 131만7,600원으로, 1년 전 대비 7.0%나 감소했다. 이는 3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분기 -8.0%, 2분기 -7.6%에 이어 세 분기 연속 하락세다.

특히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무려 22.6%나 감소한 47만8,900원에 불과했다. 근로소득 감소폭은 2003년 이후 최대치다. 3분기 기준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5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8년만이다.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자영업자)도 1년 전보다 13.4%나 감소한 월 21만5,900원에 그쳤다. 무엇보다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1년 전보다 1.1% 줄어 88만3,000원에 그친 것은 아픈 대목이다.

반대로 소득 최상위 20%(5분위) 소득은 한달 평균 973만5,700원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나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730만2,300원으로 11.3% 뛰었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도 5.3% 증가한 459만6,700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상위 20%의 월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로 집계됐다. 5분위 배율이 클수록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3분기 5분위 배율은 1년 전 5.18배보다 0.34포인트가 증가한 것이고, 3분기 기준으론 역대 최대치인 2007년과 같은 수준이다. 5분위 배율은 2분기엔 5.23배였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인상과 다양한 복지정책으로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활성화되면 다시 일자리가 증가해 결국 경제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란 논리였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면 양극화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할 정도다.

원인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파괴력을 간과한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실제로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은 물론 제조업에서도 일자리가 연쇄적으로 감소했다. 비용이 오르니 기업 투자도 쪼그라들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올해 16.4%나 오른 최저임금이 비용 증가라는 1차 충격을 불렀다면 지금은 그로 인한 일자리 감소, 투자 위축 등 2차 충격이 오고 있는 단계”라며 “저소득층과 저숙련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작년 3분기 취업인원수는 0.83명이었던 데 비해 올해 3분기는 0.69명이었다. 1분위 가구의 사무직 비율도 같은 기간 8.2%에서 5.1%까지 떨어졌다. 일자리의 양은 물론 질도 나빠졌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처분가능소득이 2016년 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하락한 점을 근거로 일자리와 소득 감소는 구조적인 요인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악화 속도를 가속화했다는 게 중론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가처분소득 감소가 추세였다 하더라도 정부 정책은 이를 반등시키기 보다는 거꾸로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며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획일적 단축, 공정경제 등의 경제 기조들은 전반적으로 민간 기업과 시장을 움츠리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아무리 선의로 출발했고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최악의 소득 격차라면 궤도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태기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오는 후유증이 너무 큰 만큼 정책 모라토리엄(유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상황의 엄중함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현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분배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정부 정책노력 등에 힘입어 악화세는 점차 완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일자리ㆍ저소득층 지원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저소득층 소득 상황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