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제도(존엄사법)가 올해 2월 시행에 들어가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생전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서서히 정착되고 있으나 아직도 환자와 가족의 인식이나 제도적 미비 등으로 진행이 그리 빠르지는 않다. 연명의료사전의향서 작성자는 지난 달 기준으로 7만 명,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도 2만 명을 넘었다. 생명 연장을 위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거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여전히 미흡하므로 죽음학 교육을 통한 인식의 성숙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현채 교수의 지적이다. 의식이 없는 환자의 뜻을 모를 때는 손자까지 포함한 가족 전원합의가 있어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상당수 의료기관과 요양원에는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윤리위원회조차 없다. 더욱이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려면 건강보험공단이나 지정된 의료기관 비영리단체 등을 찾아가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존엄사법이 2월에 시행되었는데 의료 현장에서 연명치료중단에 대해 논란이 있을 텐데 반응이 어떤가.

“많이 나아졌다. 문제는 서명을 본인이 아닌 가족이 하는 게 문제다. 본인에게 얘기하기 어려우니 그런 거다. 본인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할 때부터 죽음학 교육이 이루어지면 죽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문제도 상당히 좋아진다. 일본 어느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 년에 10회 정도 죽음 교육을 했다. 교육 내용이 장기이식이나 자살 문제,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몇 년 교육했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교내 폭력, 왕따 문제, 자살이 30% 이상 줄었다. 우리나라 학교도 부분적으로 하는 곳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대규모로 시행되진 않는다.”

-아이들 인성을 교화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한번 살다가 가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증오 문제가 계속되는 거다. 하지만 결코 한 번 살고 죽는 게 아니라 이번 생에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걸 통해 다음 생으로 간다는 걸 안다면 남을 해코지할 수가 없다.”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보완이 될 거다. 일부 의료기관의 윤리위원회 부재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환자나 가족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성숙해지면 제도적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거다.”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병원의 수익 때문인가.

“그런 것 같진 않다. 말기 암 환자를 연명치료하는 게 병원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병원 경영 전문가에 의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병원 수익이 올라가려면 급성 환자가 입원해서 빨리 치료해 퇴원하고 다음 환자가 입원해야 병원 수익이 올라간다. 말기 암 환자가 오랫동안 병원에 있으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병원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말기 암 환자를 연명 치료 하는 게 절대 아니다. 병원에서도 좋아하지 않는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