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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편집] “독자를 찾아서” 새롭게 시도하고, 대형 시리즈로 기획 저력 보여줘

입력
2018.11.23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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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 그리고 기획의 저력을 보여준 책이 공존했다. 새로운 시도는 천년의상상이 고병권을 내세워 시작한 ‘다시 자본을 읽자’, 그리고 미메시스의 ‘테이크 아웃’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 등이 꼽혔다. 인문학이 죽어간다고 한탄만하고 있을 게 아니라 독자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됐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출판사들은 의외로 적다. 그 와중에 ‘다시 자본을 읽자’는 ‘책+강의+북클럽’을 한데 묶었고, ‘테이크 아웃’ 시리즈는 가벼운 터치를 내세웠다. ‘클래식 클라우드’는 요즘 멸종하다시피 한 100권짜리 초대형 기획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받았다. ‘조선시대 화가총람’과 ‘안평’은 대작 중의 대작으로 꼽혔다. 학술, 교양, 편집 어떤 분야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출판사의 축적된 역량이 돋보인다는 호평이었다. ‘이청준 판소리 동화 세트’는 아동ㆍ청소년 부문에 출품됐으나 편집으로 돌린 특이한 경우였다. 콘텐츠 자체는 기존의 것이지만, 그것을 완성도 높은 형태로 새롭게 다시 만들어낸 접근법과 기획력이 돋보인다는 극찬이었다.

조선시대 화가 총람 (총 2권)

정양모 지음ㆍ시공아트 발행

한국 회화의 역사를 대표하는 화가 220명의 그림과 서명, 화제, 인장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한국 화가 사전으로, 고려 말 문인화가 이제현(1287~1367)부터 근현대 화가 이유태(1916~1999)까지 총 220명에 달하는 화가들이 등장한다. 페이지를 넘기며 한국 회화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시대순으로 구성했고 화가의 서명과 화제, 인장들은 작품에서 따로 떼어 보기 편하게 했다.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던 저자가 60여 년간 모은 자료에 기반해 선정된 작품들로, 조선시대 회화 애호가들과 연구자들에게 좋은 지침을 제공한다.

안평

심경호 지음ㆍ알마 발행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 그는 과연 야심가였는가, 아니면 정치적 희생자였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그의 시대는 학문과 예술이 권력으로부터 해방돼 독자적인 영역을 형성하지 못했던 시기였고, 안평대군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안평대군은 당대 최고의 화원인 안견에게 꿈에서 본 무릉도원을 그리게 했다는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이 익히 알려진 ‘몽유도원도’다. 책은 그간 정치적 희생자로만 알려졌던 안평대군이 사실은 세종 연간의 문화 정책을 주도하며 순수예술의 세계를 꿈꾸었음을 새롭게 주목한다.

테이크아웃 (Take Out) 시리즈

정세랑 등 지음ㆍ미메시스 발행

이야기는 누구나 부담 없이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매체다. 그런 이야기를 틈이 생기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테이크아웃’해서 볼 수 있도록 간편한 꼴 안에 담았다. 시리즈 이름에 걸맞게 손바닥 크기 판형에 적은 분량으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제작됐다. 독특한 발상과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이야기 세계를 구축해가는 젊은 소설가 20명을 선정했고, 그들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일러스트레이터 20명을 매치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테이크아웃 시리즈는 가벼운 독서에서도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일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자본을 읽자

고병권 지음ㆍ천년의상상 발행

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그의 저서 ‘자본’을 다시 읽는다. 많은 사람이 ‘자본’을 완전히 독서하겠다고 도전하지만 너무 길고 어려워 결국 주저앉곤 한다. 저자는 난공불락 텍스트로 자리잡은 ‘자본’을 역사, 철학, 문학, 인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을 가로지르며 새롭게 해석하고 독자의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다. 다른 경제학자들과 달리 마르크스는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 평범한 노동시장의 교환 장면을 보고 자본주의의 본질을 잡아냈다. 책은 마르크스의 그 통찰력에서 ‘자본’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황광수 등 지음ㆍ아르테 발행

클래식이라 불리는 세계적 명작의 존재를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읽지 않는다. 명작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한국 작가 100명과 함께 친절한 고전 명작 여행을 준비했다. 명작을 제대로 알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에게 주목하는 일이다. 셰익스피어, 클림트, 니체 등 창작자가 살았던 시공간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명작을 들여다보고 세밀한 해설을 덧붙인다. 창작자가 삶을 걸고 뛰어들었던 문제들을 지금 여기에서 다시 생각하면서 명작의 가치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지음ㆍ인플루엔셜 발행

한국인 최초 옥스퍼드대학 정교수인 김민형의 수학 강의 7개를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인문학의 문제라 여겼던 윤리적 판단에서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수학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란 없다. 세상 모든 순간을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되는 수학적 사고의 정수를 따라가다 보면, 수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게일 섀플리 이론이나 애로의 불가능성의 정리, 오일러의 수나 내면 기하처럼 물리학과 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 수학의 개념들까지도 어렵지 않게 설명해 누구든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다.

평화의 규칙

문정인 등 지음ㆍ바틀비 발행

급변하는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진단하는 책. 대통령 통일외교 안보 특보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와 남북 관계 전문가 홍익표 의원이 6개월에 걸쳐 나눈 남북 관계 대담을 엮었다. 문 교수는 정치학적 관점과 풍부한 경험에 기반해 한반도 문제의 현안을 폭넓게 설명한다. 홍 의원은 오랜 남북문제 연구 경험과 북한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앞의 과제를 점검해 나간다. 남∙북∙미의 평화 프로세스를 조망하는 대담을 통해 두 대담자가 그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상을 엿보고, 한반도 평화의 길에 시민 각자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한국역사연구회시대사총서 (총 10권)

정병준 등 지음ㆍ푸른역사 발행

역사학계의 중진 학자들이 참가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총 10권(고대ㆍ고려ㆍ조선ㆍ근대ㆍ현대 각 2권)으로 정리했다. 전 시대 전 분야를 망라해서 서술하는 대신, 시대별로 그 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주제를 선정했다. 한국 역사의 체계화와 소통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그간 축적돼 온 학계의 연구 성과들을 압축 정리해서 실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한국현대사’ 1편에서는 해방부터 1953년 휴전까지의 8년사를, 2편에서는 남북이 분단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로 나뉘어 성장, 발전한 시기를 다뤘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총 3권)

백상경제연구원 지음ㆍ한빛비즈 발행

생태학부터 동양 고전까지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멈춤, 전환, 전진이라는 삶의 방향성이 담긴 세 권의 제목으로 정리해 담았다. ‘개념’과 ‘관념’을 함께 보여주는 커리큘럼을 통해 현실에는 존재하나 모호한 인문학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나아가 스스로 관념적 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퇴근길’이라는 제목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30분 독서 생활 패턴에 맞춰 설계된 커리큘럼은 오늘은 무엇을 배울지 한눈에 알려줌과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지식을 취해야 할지 알려준다. 시간표를 따라가다 보면 인문학에서 삶의 근원과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청준 판소리 동화 세트 (총 5권)

이청준 지음ㆍ문학과지성사 발행

수궁가, 옹고집 타령, 심청가, 흥부가, 춘향가 다섯 마당을 아이와 어른이 모두 읽을 만한 재미난 판소리 동화로 엮어 냈다.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판소리는 17세기 이후 조선 왕조 후기에 나타난 새로운 예술이다. 일반 백성들이 즐기던 판소리 이야기에는 우리의 실제 삶이 친근하게 담겨 있는 동시에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 정신과 저항 정신이 담겨 있다. 저자 이청준 역시 풍자와 웃음이 주는 재미를 통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바른 마음을 알려 주는 동시에 재미 속에 깃든 교훈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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