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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제주시티투어 노선도 _ 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7일 오후 제주시티투어버스가 푸른 바다가 펼쳐진 제주시 어영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도두봉 인근 정류장에 멈춘 후 승객들을 내려주고 있다. 김영헌 기자.

“와, 푸른 바다가 달려오네요. 마치 영화관 같아요.” 지난 17일 오후 1시쯤 제주시 용해로를 달리고 있는 제주시티투어버스 이층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제주국제공항을 왼쪽으로 끼고 내리막길로 달리다가 갑자기 버스 정면 차창 밖으로 푸른 바다가 커다랗게 펼쳐졌다. 4m 높이 이층버스, 그것도 명당자리인 맨 앞자리에서 본 풍경은 1층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달렸을 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2m 높이 차이가 제주를 바라보던 시선을 바꾼 셈이다.

그것도 잠시, 버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어영해안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올리자, 이번에는 바닷물 짠내가 섞인 시원한 바람이 코와 뺨을 자극했다. 창문이 없는 오픈형인 이층버스 덕택에 승객들은 제주바다의 또 다른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카오에서 친구와 함께 제주를 찾은 케이티(39)씨는 “제주바다는 색깔도 예쁘지만, 한참 바라보니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 같다”며 “이번 여행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녀는 또 “오전 10시부터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돌면서 제주의 매력에 빠졌다. 도심과 자연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곳”이라며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너무 간단해 짧은 시간에 제주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고 강조했다.

어영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달리다 보니 알록달록한 무지개색 방호벽이 길다랗게 이어졌고, 도두봉 인근에 위치한 정류장에 버스가 멈춰 섰다. 연인인 듯 보이는 남녀 커플과 가족단위 여행객 등이 버스에 내리자마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 곳은 뒤로 펼쳐진 바다 풍광과 무지개색 방호벽이 잘 어울려 ‘인생샷’ 장소로도 유명하다. 정류장에서 5분여를 걸어 당도한 도두봉은 경사가 완만해 빠른 걸음으로 10~15분이면 쉽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서 마주한 풍경은 올라오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정도로 놓치기 아까운 장관이었다. 길다란 어영해안도로와 제주도심이 한눈에 들어왔고, 시선을 조금 남쪽으로 트니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들이 제주공항 활주로를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어 더 남쪽을 바라보면 듬직한 한라산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도두봉은 ‘제주시 숨은 비경’으로 선정된 곳이자, 어영해안도로와 함께 올레 17코스 중에서도 바다 풍광이 좋기로 유명하다. 도두봉에 올랐던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린 1시간 후에 다시 도두봉정류소에 도착한 시티투어버스를 올라 다음 정류장으로 향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제주시 도두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제주공항 전경. 김영헌 기자.

◇ 2시간도 좋고, 하루종일 타도 좋아요

제주시티투어버스는 순환형 방식으로 운영된다. 제주시내 주요 관광지와 명소 등 22개 정류장을 2시간 간격으로 순환한다. 출발지도 없고, 종점도 없다. 버스를 타다가 내리면 그 곳이 종점이다. 또 정류장에서 내린 후 1시간만 기다리면 다시 버스가 오기 때문에 버스 시간을 따로 볼 필요도 없다. 매표소도 따로 없다. 22개 정류장 아무 곳에서나 버스에 올라 탑승권을 구입할 수 있다. 현금, 카드, 교통카드 모두 가능하다. 1일 이용권은 1만2,000원(성인 기준)으로, 결제를 한 후 받은 팔찌 모양의 탑승권을 손목에 차고 있으면 하루종일 제한 없이 제주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회 이용권은 따로 탑승권이 없다. 3,000원만 결제한 후 마음에 드는 정류장에 내릴 수 있고, 아니면 이층버스를 타고 2시간 코스의 제주시내 드라이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날 동문시장 정류장에서 탑승한 이흥국(58)씨는 “제주서 회의 일정을 마치고 제주공항으로 가기 전에 3시간 정도 자투리 시간이 남아 시티투어버스를 탔다”며 “항공기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렌터카도 빌리지 않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달랑 3,000원으로 바다도 보고 편하게 드라이브를 즐겼다. 횡재한 느낌”이라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제주시티투어의 대표 추천 코스를 보면 제주도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탐라순방코스(역사코스), 가볍게 등산할 수 있는 오름코스, 올레길을 즐길 수 있는 올레해변코스, 여행의 기본인 사진을 촬영하는 포토타임코스 등이 있다. 탐라순방코스에는 제주의 옛 생활모습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탐라왕국의 시조가 탄생한 삼성혈, 제주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알려진 고기국수를 먹을 수 있는 국수문화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동문재래시장 등이 포함됐다. 오름코스는 사라봉 정류장에 내린 후 산지등대와 오름인 별도봉과 사라봉 정상을 오르는 코스다. 사라봉 앞 바다를 붉은 노을이 물들이는 광경은 제주에서 경관이 뛰어난 곳을 말하는 ‘영주십경’ 중 하나인 ‘사봉낙조’라고 불릴 정도로 장관이다. 올레해변코스는 야경이 아름다운 용연구름다리와 용두암, 넓은 바다 풍광이 펼쳐지는 어영소공원, 도두봉 등 올레 17코스 중간지점을 걷는 코스로, 85분 정도 소요되는 짧은 올레길이다. 포토타임코스는 바다 풍광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어영해안도로, 도두봉, 이호목마등대, 이호테우해변 등이 포함됐다.

◇제주의 명물, 이층버스가 달린다

제주시티투어버스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4년 전인 2014년 11월부터 제주도관광협회가 운영한 ‘황금버스’부터 시작됐다. 내국인은 탑승하지 못하는 외국인전용 황금버스는 버스 전체를 황금색으로 칠했고, 심지어 운전기사 복장도 황금색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이용이 많지 않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도관광협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내ㆍ외국인 누구나 탈 수 있도록 했고, 이어 지난 5월 이층버스 2대를 도입하면서 시티투어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층버스 도입 후 1일 평균 이용객은 26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세배 가까이 늘었다.

이층버스는 63석 규모의 개방형 구조의 차량으로, 1층에는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좌석 10석과 함께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전용 공간과 경사로도 설치됐다. 천장이 50% 개방된 2층은 천장이 있는 좌석 20석, 천장 없는 좌석 33석 등 53석이 있다. 버스 내에는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 실력을 갖춘 통역안내원들이 상시 동승해 탑승객들에게 관광지 등에 대한 안내와 함께 안전도 책임지고 있다.

김동원 도관광협회 제주시티투어 팀장은 “이층버스 도입 이후 시티투어버스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고,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객들도 꾸준히 늘어 제주관광의 명물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제주시 내 야간 관광명소와 공연장, 주요 상가를 중심으로 한 야간시티투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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