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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쿠팡에 20억달러 추가투자… 승부수냐 무리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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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쿠팡에 20억달러 추가투자… 승부수냐 무리수냐

입력
2018.11.21 18:00
수정
2018.11.21 21: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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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000억대 영업적자 쌓인 쿠팡

자본잠식 위기 벗고 로켓배송 날개

티몬ㆍ위메프 등 출혈경쟁 심화에

신세계ㆍ롯데 등 공룡들까지 가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될라” 우려도

일본 소프트뱅크가 누적 영업적자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쿠팡’에 20억달러(약 2조 2,500억원)라는 거액을 더 투자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쿠팡은 자본잠식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로켓배송’ 등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장악을 위해 고집했던 기존 전략을 계속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3년 전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 1,000억원)를 투자했을 때보다 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숨통 트인 쿠팡, 사업 추진 동력 확보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이하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 20억달러는 국내 인터넷 기업이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비전펀드는 ‘세상을 바꿀 테크 회사들을 대거 양성하겠다’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목표 실현을 위해 구성된 기술투자펀드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이 참가하고 있다. 펀드 규모는 약 1,000억달러로 유망한 미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쿠팡은 이번 투자 유치로 장기적인 영업적자에서 비롯된 자본잠식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매년 매출을 늘리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쿠팡은 주문 다음 날 배송을 보장하는 ‘로켓배송’을 위해 전국 거점에 물류센터를 여러 곳 짓고, 배송원과 개발자 등 약 2만4,000명을 직접 고용했다. 이런 투자로 하루에 배송되는 로켓배송 상자는 약 100만개에 달하며 지난 9월 누적 배송량 10억 개를 돌파했다. 하지만 시장 장악을 위한 이런 과감한 투자로 쿠팡의 수익성 지표는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쿠팡의 누적 영업적자 규모는 1조8,807억원으로 소프트뱅크가 3년 전 투자한 금액 1조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소프트뱅크의 추가 투자가 없었다면 수익성 악화를 무릅쓰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현재 전략을 쿠팡이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업적자로 기존 투자금을 다 까먹은 쿠팡에 소프트뱅크가 또다시 거액을 투자하면서 쿠팡은 기존 전략을 계속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됐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과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데다, 쿠팡이 추진하는 물류 인프라 확충 전략의 방향이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세계 5위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쿠팡의 올해 매출은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손정의 회장은 추가 투자를 발표하며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더 치열해진 시장…2.2조 투자 효과 미지수

하지만 쿠팡 앞에 놓인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우선 국내 이커머스 업계 재편이 생각만큼 빨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쿠팡뿐 아니라 티몬, 위메프 등도 적자를 내면서도 외부 투자금을 유치해 버티는 영업전략을 고수하면서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등 거대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도 쿠팡에 큰 고민이다. 홍콩계 투자운용사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별도 온라인 신규 법인을 만들려는 신세계그룹의 움직임이 가장 위협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몰과 이마트몰로 나뉘어 있던 온라인 사업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해 5년 안에 국내 1위 온라인 몰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그룹도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하고 각 유통 계열사가 따로 운영하던 7개 온라인몰을 통합해 2020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이머커스 업체 간 출혈경쟁이 이토록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거대 유통 업체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어 쿠팡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은 그동안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앞으로도 데이터와 물류, 결제 플랫폼을 혁신해 고객이 ‘그동안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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