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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강기훈에게 유서대필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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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강기훈에게 유서대필 사과해야”

입력
2018.11.21 18:29
수정
2018.11.21 18:5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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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24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과거 노태우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검찰권 남용과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직접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후 21일 “무고한 사람을 유서 대필범으로 조작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현 검찰총장이 강씨에게 직접 검찰 과오를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1991년 5월8일 고 김기설씨(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가 노태우 정권을 규탄하며 분신 자살하자 검찰이 김씨 친구였던 대학생 강기훈씨를 “김기설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구속 기소하며 정치ㆍ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강씨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199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월이 확정됐다. 그러나 2007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씨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고, 대법원도 2015년 재심을 통해 강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과거사위의 이번 재조사는 당시 수사 과정에서의 검찰권 남용을 밝혀내는 데 집중됐다. 조사단에 따르면 김기설씨 분신사건을 계기로 정권퇴진 운동이 확산되자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기부장 등이 참석한 ‘치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조직적 배후세력 개입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명령이 전국 검찰청에 하달됐다.

이후 서울지검으로 사건이 넘어오자 강력부 검사 전원과 공안부 검사 2명을 포함하는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졌고, 수사 개시 후 하루 이틀 사이에 유서대필이라는 수사방향이 정해졌다. 검찰은 몇 명의 대필 후보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국과수 필적감정결과가 도착하기도 전에 대필자를 강기훈씨로 특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사위는 “사건 발생 초기 분신 배후에 대한 수사라는 가이드라인이 수사팀에 전달됐고, 이는 당시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또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자살방조의 범죄사실 입증에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감정을 의뢰하는 등 당시 국과수 감정이 부실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씨 등에 대한 검찰의 가혹행위와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도 있었다고 했다.

2009년 개시된 재심 과정에서 검찰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재심과정에서 과거 입장을 고수하며 피해자와의 공방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로서 반성 위에 중립적으로 공판사무를 수행하고 과거 검찰권 행사 문제점을 성찰해 피해자 권리와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반성적인 진실추구자로서 재심절차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은 과거사위 결정에 대해 “권고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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