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또 재발했어요." 며칠 전, 얼굴에서 염증과 부종이 보이는 포메라니안 종의 개가 동물병원을 찾았다. 오른쪽 눈 아래쪽 부위에서 피부 바깥으로 혈액과 고름(Pus)도 배어 나온 상태였다. 이 개는 이미 올해 초 얼굴 부위 피부병이 심해져서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진찰을 해보니 단순 피부병이 아니었다. 치과 질환이 원인이었다. 반려동물의 눈 아래쪽이 붓거나 피부에 고름이 차서 터지는 증상은 심한 치주염으로 인하여 이빨의 뿌리 부분에서 발생한 염증물질이 피부 바깥으로도 배출되는 질병인 치근농양(Carnassial tooth abscess)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치근농양은 치석관리가 잘 안되는 환자들에게서 주로 보이는 질병이며, 주로 씹는 기능을 많이 담당하는 큰 치아인 위 턱의 4번 작은 어금니에서 자주 발생한다. 치근농양이 발생하게 되면 치아의 통증 때문에 밥을 잘 못 먹게 되고 얼굴 부위의 심한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얼굴 피부에서 고름이 터져 출혈도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 얼굴 부위의 털이 수북한 개들은 보호자가 증상을 늦게 확인할 수도 있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문제가 발생한 치아의 위치를 치과 방사선으로 진단한 후 발치하는 방법이다. 반려동물의 치과 치료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호자가 걱정을 많이 하지만, 마취 전에 면밀하게 검사를 한다면 고질병을 안고 있는 노령 동물도 시술을 받을 수 있다.

Case 1. 방사선 감사 결과가 경미해 애매한 경우

6세령 몰티즈 종 개가 왼쪽 안면부의 심한 염증으로 인해 피부에 구멍이 뚫린 채로 병원을 찾았다. 치아 전체에 치석이 심각하게 끼어 있는 상태였으며 왼쪽 위 턱의 4번 작은 어금니 근처의 치주염도 심각해 보였다. 현재와 같은 증상이면 대부분 치근농양으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치과 방사선 촬영 검사와 스케일링, 그리고 원인으로 의심되는 치아를 발치하기 위하여 마취를 진행하였다. 먼저 치아 전체에 대한 스케일링을 하고 치과 방사선 검사를 진행했다.

치근농양이 발생한 위턱의 4번 작은 어금니(왼쪽 노란 원)와 치아 뿌리에 발생한 고름 때문에 뚫린 피부

그런데 왼쪽 위 턱의 치과 방사선 검사 결과 치아 뿌리 주변에 염증이 있기는 하나 심한 상태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방사선 사진에서 치아 뿌리 주변 염증이 광범위하게 확인되면 신속히 발치하겠지만, 방사선 소견이 경미해 보여 안면부 염증이 치과의 문제가 아닐 확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모든 진료가 그렇듯 처음 진단을 잘못하면 치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 치아 문제가 아닌데 발치를 진행하면 안면부의 심한 염증 또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고민 끝에 그래도 뿌리 주변의 염증이 의심이 되니 4번 작은 어금니를 발치했다. 발치를 하고 보니 뿌리 가장 깊숙한 곳에서 치근농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개는 발치하고 10일이 지나자 안면부의 뚫린 구멍도 잘 아물었다. 방사선 사진을 포함한 영상 검사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임상진료를 하다 보면 검사 결과가 실제 증상과 일치하지 않을 때도 경험한다. 그래서 임상진료가 어렵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치료가 잘 되었을 때 만족도도 더 높은 것 같다.

Case 2. 각별하게 신경 써야 했던 노령견의 발치
병변(왼쪽 노란 원) 부분이 털로 덮여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털을 깎고 보면 심한 염증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추석 뱃속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16세령 몰티즈 개가 다시 병원을 찾았다. 종양 수술 때도 노령견이었고, 심장과 신장 기능이 떨어져 마취가 매우 힘들었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끝나 남은 견생 동안 다시 마취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만난 개는 지속적인 안면부 출혈과 심한 통증, 구내염,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였다. 평소 치주 질환이 심하긴 했지만 종양 제거 수술 때 긴 마취시간이 부담돼 치과치료까지 진행하지는 못했다.

치아 뿌리 노출이 심각한 치근농양 치아(왼쪽 노란 원), 치과 방사선 사진에서 치근농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개도 병변부의 털을 깎아보니 피부가 광범위하게 벌어져 있었고 출혈도 매우 심했다. 원인은 역시 치근농양이었다. 문제는 마취였다. 마취 전 검사를 진행해 보니 혈압도 다소 낮고, 신장 기능을 나타내 는 혈액검사 수치도 좋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 무리하게 마취하면 낮아지는 혈압 때문에 신장 상태가 나빠져 마취 후 소변이 생성되지 않는 급성신손상(Acute Kidney Injury)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금 신장 상태로는 도저히 마취를 못해 하루 정도 수액치료를 통해 몸 상태를 회복시킨 뒤 마취를 진행했다. 응급상황을 대비해 모든 준비를 해놓고 혈압 증강제 약물을 사용하며 마취와 치과 시술을 진행했다. 무사히 치아를 뽑았고 다행스럽게 개는 안정적으로 마취에서 깨어났다.

치아 발치 후 빠른 속도로 상처가 회복됐고 통증도 개선돼 열도 떨어졌다. 발치 시술 1주일 뒤 안면부 염증은 거의 없어졌으며 피부에 딱지만 남아있는 상태로 치료되었다. 마취 위험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지만 성공적으로 치근농양을 치료했던 사례였다.

치근농양 치료 전에 개의 모습(왼쪽)과 치료 이후 개의 모습.

이번 달 노령의 치주질환 개들이 많이 동물병원을 찾았다. 치통과 구취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더 빈번하다. 그러나 위 사례들처럼 얼굴에 생긴 피부병으로 보였지만 실제로 진단을 해보면 치과 문제인 경우도 적지 않다. 얼굴에 생긴 출혈과 염증은 반려동물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치근농양을 정확히 진단하고 안전하게 마취해 치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구강관리와 집에서 매일 할 수 있는 양치질이다. 최근 KBS ‘생로병사의 비밀 - 3분의 힘, 잇몸병 개선 프로젝트’라는 내용의 방송을 봤다. 방송 내용을 요약하면 잇몸병은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치주염뿐만 아니라 당뇨, 심혈관질환, 만성신부전 등 전신질환과도 연관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3분의 시간 동안 올바른 방법으로 치아의 구석구석을 양치질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사료나 간식을 먹고 나면 잇몸에서 치아 방향으로 쓸어내리듯 해주는 올바른 양치질과 치아 문제에 도움이 되는 개껌 같은 제품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최소 1년에 한 번 정도는 동물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받아 스케일링을 할 때가 됐는지 검진도 받아야 한다. 필자가 진료했던 반려동물들 중 20세 전후의 초고령 환자들은 모두 평소에 철저하게 구강관리에 공을 들였던 동물들이었다. 반려동물의 눈 아래쪽이 붓거나 출혈이 보이면 치과 질환의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근처의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를 권하고, 평소에 구강관리를 더 열심히 하면 아이들은 반드시 건강과 수명으로 보답할 것이다.

글 〮 사진 김태호 수의사(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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