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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와 카를로스 곤 쇼크에 대한 몇가지 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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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와 카를로스 곤 쇼크에 대한 몇가지 썰들

입력
2018.11.21 11:05
수정
2018.11.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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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회장의 체포에 대해 여러 '썰'이 제기되고 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의 체포에 대해 여러 '썰'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회장이 일본에서 체포되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의 혐의 내용은 '닛산자동차의 유가증권보고서를 위조, 허위 기재한 것으로 인한 금융상품거래법 위반'이다. 지난 2011년 3분기부터 2016년 3분기 동안 자신이 받는 임원의 보수를 허위 기재했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한 수치를 언급하자면 2011년 3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총 99억 9,800만엔이 닛산자동차의 회장에 대한 급여로 지급되었는데, 유가증권보고서에는 49억 8,700만엔만 지급된 것으로 기재된 것이다. 즉, 카를로스 곤 회장이 '확인된 5년 동안' 50억엔, 한화로 약 500억원 수준의 비용을 허위로 횡령한 것이다.

이외에도 회사의 비용을 개인의 지출에 사용했다는 정황도 포착되었다. 일본 경제 주간지인 '겐다이 비즈니스'를 비롯해 다수의 언론들은 카를로스 곤 회장이 얼라이언스의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레바논'과 자신의 고향인 '브라질' 등에 부동산을 구입했는데 해당 비용을 회사, 즉 '닛산의 비용'으로 지불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외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뉴욕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카를로스 곤 회장의 개인 집무실'의 임대료를 비롯한 비용을 '닛산의 업무 경비 등'으로 충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 대해 일본과 유럽 등 각국가의 언론과 칼럼니스트들은 몇 개의 공통된 '의혹'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 의혹과 그 배경은 무엇일까?

빠른 얼라이언스 소속원들의 대응

이런 가운데 얼라이언스의 대응 속도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빠르고 기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카를로스 곤 회장의 혐의 및 체포를 결정한 소식과 동시에 닛산자동차는 곧바로 해당 내용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쿄지검이 요코하마의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이와 동시에 업무를 마치고 전용기로 하네다 공항에 착륙한 카를로스 곤 회장을 기다렸다는 듯 체포했다.

즉, '카를로스 곤'을 축출하기 위해 닛산은 이미 모든 그림을 그리고 '도쿄지검'과 함께 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나리오가 '아마도 얼라이언스 리더십 수준에는 이미 공유가 되었다'라는 주장이다.

실제 카를로스 곤 회장이 체포되는 순간, 닛산자동차의 기자회견장에서는 사이카와 히로히토 사장이 직접 '카를로스 곤 체제에 대한 반대의 의견'과 함께 '선의관리주의업무를 언급하며 닛산차 회장 해임안의 이사회 상정'을 언급했다. 그리고 곧바로 미쓰비시 또한 카를로스 곤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하고 '카를로스 곤 해임'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프랑스의 반응이다. 해당 소식과 함께 르노 그룹의 최대 주주이자 프랑스의 대표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주이자 국가의 대표로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안정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이어진 카를로스 곤 회장의 체포 소식과 함께 브루노 르 메어 프랑스 재무장관의 인터뷰를 통해 "카를로스 곤 회장은 르노(그룹)을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카를로스 곤 회장에 대한 '해임'을 직접적으로 시사했다.

위의 서술된 일과 발언들이 반나절 사이에 이어졌다. 대단히 중대한 사태지만 사건의 발발과 이에 대한 대응이 너무나 기민할 정도로, '사전에 협의가 된 것처럼' 착착 들어 맞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르노 이사회가 현지 시간 20일, "'카를로스 곤 회장의 해임'에 대한 발언 대신 카를로스 곤 회장의 직책을 티에리 볼로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대행하는 것으로 하며 해임에 대해서는 됴쿄지검의 수사 과정 및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와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닛산자동차는 기자회견을 통해 '카를로스 곤 회장의 부정을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보다 정확히는 '수 개월 전 내부고발이 있었으며, 이를 내사하고 해당 부정 행위가 확인되어 도쿄지검에 알린 것'이다. 그리고 도쿄지검과 닛산자동차의 움직임은 '카를로스 곤 회장이 하늘을 날고 있는 시간'에 진행되었다.

그래서 그럴까? 르노가 닛산의 지분 중 43.4%를 보유하고 있고, 프랑스가 닛산을 '완벽히 지배할 수 있는' 르노의 지분을 1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중대한 사태'를 최대 주주이자 '총수'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정부와 마크롱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을리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닛산의 임직원들이 '자신의 회장'을 축출하는 준비하는 사이 이미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와 마크롱 대통령'에게 재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카를로스 곤 체포 사태'는 '최대 주주가 허락한 쿠데타'와 같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던 '사태의 발발과 대응까지' 무척 기민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얼라이언스의 구조 상 닛산의 행동에 있어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와 마크롱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는 건 말이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닛산의 분노는 쌓이고 있었다?

'최대 주주가 허락한 쿠데타'에 대한 여러 의혹이 있는 가운데 '이미 수 년 전부터 닛산의 분노가 쌓여 있었다'라는 주장이 함께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은 기자회견장에 나서서 '카를로스 곤 체제'에 대해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이카와 히로이토 현 닛산 사장'의 발언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이 '닛산의 회생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당연하겠지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코스트-커팅'이었다. 회사의 재산을 매각하고, 2만 여 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잘려나갔다. 긴축된 재정 상황이지만 모델 라인업 개편과 신규 모델 개발 등을 통해 '고난 끝에 상승 궤도'에 오르는 것까지는 누가 보더라도 좋은 그림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카를로스 곤 회장은 '임원보수가 너무 적다'라며 '보수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동료들이 잘려나간 닛산의 기존 임직원 및 판매일선'은 그 불만을 보고 있어야 했다. 게다가 '횡령'이라는 그럴 듯한 부정 행위가 파악되었으니 '의식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최근 얼라이언스 내에서의 입지도 닛산에게 불만스러웠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최근 실적 자체는 우수하지 않다고 할 수 있어도 얼라이언스 내에서 닛산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너무나 높아졌다'라는 것이다. 실제 르노는 최근 FIA GT3 규격의 레이스카를 공개한 이력이 있는데, 말이 '르노'지 그 속내는 닛산 GT-R과 다름이 없었다.

즉, '닛산에 대한 얼라이언스 내 대우에 닛산이 불만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CEO는 내칠 수 있는 존재

역으로 르노 입장에서는 어떨까? 얼라이언스의 회장이자 CEO라고는 하지만 결국 이사회의 권한으로 선임하고 또 해임할 수 있는 대상이다. 르노의 주주들과 이사회의 최근 주요 고민거리는 바로 '합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견고한 얼라이언스의 관계 확립'과 '카를로스 곤 이후의 인물 발굴 및 육성' 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및 생산 등에 있어 '얼라이언스의 중요한 존재'라 할 수 있는 닛산이 '얼라이언스의 CEO에 대해 불쾌감'은 물론이고 '명백한 부정 행위'까지 드러냈으니 주주들과 이사회는 자신들이 내건 '얼라이언스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다듬기 위한 노력'을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일부 언론에서는 닛산의 사이카와 히로히토 사장이 얼라이언스의 리더십으로 영전될 가능성 혹은 '친 닛산파' 인사의 임명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닛산과 르노의 차량들은 개발 및 생산 그리고 핵심 기술 등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고, '생산 공장조차' 같은 경우가 많은 편이라 시스템 개편에 대한 비용 투자 없이 '리더십의 출신'을 조율하는 것 만으로도 닛산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얼라이언스의 최대 주주와 이사회는 'CEO' 한 명 보다는 프랑스의 '자동자 제조 관련 일자리'와 '그 일자리에 관련한 협력 업체의 생존과 발전'이 더 중요한 쟁점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주주이자 국가의 대표로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안정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라는 발언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다만 위의 내용들은 모두 각 언론 및 칼럼니스트들의 의견과 의혹 등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 '100% 사실에 입각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얼라이언스에 대한 정세'를 고려한다면 위의 내용들을 모두 부정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문득 떠오르는 우리의 순간

정말 여담이지만 얼라이언스를 개선하고 또 세계 2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발 돋음하게 만든 카를로스 곤 회장이지만 '허위 기재'와 '500억원 규모의 횡령'으로 커리어 최대의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화적인 인물이지만 얼라이언스와 그룹 소속사 또한 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가리기 보다는 '법을 따르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니 문득 대한민국의 상황이 떠오른다. 그 의도와 배경은 분명 다를지 몰라도 이번 카를로스 곤 사태에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허위, 조작' 등이 이루어졌고, 소수의 임원이 아닌 '그룹 전체가 수 년 전부터 갖은 방법'을 펼쳐왔다.

여기에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의 노후가 걸린 '국민연금의 수 조 원이 말 그대로 증발'하는 등 수 많은 정황, 증거 그리고 관련 문서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그룹'은 이를 가리고 은폐하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시절 관료들 또한 이에 대해 묵인하고 함꼐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더욱 복잡한 생각이다.

얼라이언스를 흔들 카를로스 곤 사태와 대한민국을 흔들지도 모를 이번 사태의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사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닛산, 프랑스 정부,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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