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檢, 장외주식 대박 낸 필립에셋 대표 구속… 결국 에어필립 때리기?

알림

檢, 장외주식 대박 낸 필립에셋 대표 구속… 결국 에어필립 때리기?

입력
2018.11.20 23:51
수정
2018.11.21 00:17
0 0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등 적발 

 계열 항공사 사업확장 견제 수사설 

비상장주식 부정거래 의혹을 받는 엄일석 필립에셋 대표가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을 나서고 있다. 엄씨는 이날 밤 구속됐다. 연합뉴스
비상장주식 부정거래 의혹을 받는 엄일석 필립에셋 대표가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을 나서고 있다. 엄씨는 이날 밤 구속됐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말 소형 항공기 운송사업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에어필립 대표이사 엄모(50)씨가 모회사인 비상장주식거래 전문업체 ㈜필립에셋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등 각종 비리 혐의가 적발돼 검찰에 구속됐다. 엄씨의 구속으로 엄씨의 1인 회사인 이들 회사는 파산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를 두고 회사 내부에선 “검찰 수사에 복선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반응까지 나와 관심을 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허정)은 20일 필립에셋과 에어필립 대표인 엄씨와 필립에셋 간부 2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엄씨 등은 2016년 1월부터 올해 10월 중순까지 유사투자자문회사인 필립에셋을 운영하면서 금융위원회의 인가도 받지 않고 비상장주식 31개 종목을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엄씨 등은 이 과정에서 브로커 등을 통해 비상장기업 주식을 싼값에 사들인 뒤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한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아 매매차익을 챙겼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투자 조언만 가능하고 투자매매나 투자중개업을 할 수 없다. 검찰은 엄씨 등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매매가 불가능한 필립에셋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허위 기업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비상장기업의 상장 가능성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을 써가며 사기적 부정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한 비상장주식 거래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또 지난해 7월 에어필립 증자를 위한 신주 발행 과정에서 필립에셋 자금 50억원을 에어필립 법인계좌로 가지급하는 이른바 가장(假裝)납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엄씨는 이후 같은 해 12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에어필립 주식 200만주를 1주에 6,000원씩 필립에셋에 양도하는 방법으로 가지급금을 상계 처리하기도 했다. 엄씨 등이 사기적 부정거래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매매한 비상장주식 31개 종목 중엔 에어필립 주식도 포함돼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엄씨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에어필립 증자는 자금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립에셋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일시적으로 돈을 빌린 것으로 이후 증자대금에 상응하는 에어필립 주식을 양도해 문제될 게 없다”며 “비상장 주식 판매도 법리 다툼이 있고, 무엇보다 음성적인 비상장주식 거개를 양성화하기 위해 정량적이고 개량적 방법을 썼다”고 반박했다.

엄씨가 구속되면서 에어필립이 LCC 시장 신규 진입을 위해 지난 9일 국토교통부에 냈던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 심사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또 필립에셋도 영업 방식을 두고 불법 논란이 일자 영업 폐쇄 조치를 단행할 계획이어서 이 회사 임직원과 영업 딜러 6,8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 내부에선 엄씨가 구속된 뒤 사건의 배경을 놓고 ‘에어필립 사업확장 견제용 수사’ ‘에어필립 때리기’ 등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흘러나온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출범 5개월 만에 항공기 3대를 보유하고 취항 노선도 6개로 확대한 에어필립이 LCC 사업면허까지 취득하겠다고 뛰어들자 기존 항공업계가 항공시장 내 영향력 감소와 조종사ㆍ정비사 이탈 가속화 등을 우려해 역공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로선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한 항공사가 자신의 자리를 넘볼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진 에어필립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 수사를 이용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필립에셋의 한 임원은 “지난 9월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한 수사관이 특정 항공사의 관계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했냐고 같은 동료 수사관에게 묻는 걸 우리 여직원이 옆에서 들었다”고 주장했다. 엄씨도 구속되기 전 “검찰 수사와 관련해 특정 항공사의 관계회사 사장을 만나려고 했다가 취소했고, 이 항공사의 또 다른 관계사 사장에겐 직접 찾아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억울해 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