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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ㆍ공공부문 ‘노조할 권리’ 확대, 국회 비준동의까진 산너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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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ㆍ공공부문 ‘노조할 권리’ 확대, 국회 비준동의까진 산너머 산

입력
2018.11.20 19:00
수정
2018.11.20 23:5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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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비준 첫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박수근(가운데)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 위원회 위원장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1단계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박수근(가운데)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 위원회 위원장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1단계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공개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공익위원 합의안’ 내용이 원안대로 실현될 경우 노동조합 활동과 노사 관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해진다. 현행 노조법은 원칙적으로 현직 근로자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으며 해고자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재심 판정 전까지만 조합원 자격이 인정된다. 하지만 공익위원 안이 입법화되면 정당하게 해고된 직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지는 건 물론, 기업과 무관한 실업자도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근로자 결사의 자유를 ILO 수준에 맞게 폭넓게 인정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큰 혼란이 예상된다. 가령 A회사 직원이 업무 방해나 기밀 탈취 목적으로 경쟁업체인 B회사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극단적 사례도 가능할 수 있다. 공무원ㆍ교원은 퇴직자에 대해 노조 가입을 열어줬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간기업 노조 조합원 자격은 조합 자치에 맡기는 것이 맞지만, 공무원ㆍ교원은 퇴직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면 공무원 복무규정에서 벗어난 정치적 활동까지 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우려했다.

공익위원들은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의 기업 내 조합활동이 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기 때문에 부작용을 걸러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승욱 공익위원(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종업원이 아닌 조합원은 사업장 내 활동 시 사전에 출입의 목적과 시기, 장소 등을 사용자에게 사전에 고지하고, 사업자는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익위원 안은 이와 함께 현직 직원이 아닌 조합원은 해당 기업별 노조의 임원이나 대의원은 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공익위원 안이 실현되면 최대 수혜자는 전교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직 교사가 조합에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아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의 합법화 길을 여러 갈래로 터줬다. 퇴직한 교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했고, 행정관청이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노조법 시행령 제 9조 2항을 삭제토록 했다. 교원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교원 범위도 현행 초ㆍ중ㆍ고 교원에서 대학 교원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현재는 일반직ㆍ별정직 6급 이하 공무원 등만 가입해 있는 공무원노조도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됐다. 우선 직급 제한이 삭제돼 고위 공무원도 원칙적으로 노조 가입이 가능해 지고, 소방공무원도 새롭게 가입 대상이 됐다.

경사노위 공익위원 합의안대로 비준 시 달라지는 내용 = 그래픽 김경진기자
경사노위 공익위원 합의안대로 비준 시 달라지는 내용 = 그래픽 김경진기자

공익위원 안이 민간과 공공부문에 ‘노조 할 권리’를 대대적으로 보장해 줌에 따라 현재 전체 근로자의 10%대에 불과(2016년 기준 10.3%)한 노조 가입률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조합원 수가 각각 90만, 80만명 수준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덩치도 불어나게 된다.

다만 공익위원 안은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 할 권리에 대해서는 어떤 법 조항을 고치라는 구체적인 지적 없이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원론만 내놓았다.

이런 공익위원 안이 실현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로드맵은 ‘노사정 합의→국회 관련법안 사전 입법→대통령 협약 비준→국회 비준 동의’인데 노사정 합의 문턱부터 상당히 높다. 이날 공익위원 안을 먼저 발표한 것도 노사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인데, 공익위원안에 대한 경영계의 반발은 상당할 전망이다. 일단 경사노위는 내년 1월을 합의 목표 시점으로 잡아놓았다.

관련 법안을 사전 입법하기 위한 국회 문턱은 더 높다. 가뜩이나 여야간 냉기류가 팽배한 상황에서 하나 하나 인화성이 큰 사안들이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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