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도전하며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취업준비생들. 실무중심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블라인드 채용’ 확대가 거론되며 상황이 조금 나아지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高)스펙 지원자들은 ‘포화’ 상태.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갖고 있어도 서류부터 탈락하기 일쑤입니다. 그 와중에 채용 비리까지 터지면서 취준생들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대한민국 취준생들의 고충을 한국일보가 들어봤습니다.

제작=정다혜 인턴기자

서울 소재 대학교 재학생 서모(25)씨는 얼마전 ‘블라인드 채용 절차’를 강조한 공사, 공단 채용시험을 보러갔다가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해놓고 지원서류에 ‘학교 소재지, 어학점수란, 인턴 및 자격 사항’ 기입란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인데요. 평가방법도 제각각이라 방향잡기도 어려웠습니다.

"공기업에 지망하는 이공계 취준생들에게 기사자격증이 필수가 되는 상황이다." -대학생 손모(24)씨- 실무능력을 평가한다는 ‘블라인드 채용’이 취준생들에게 실무 스펙쌓기라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금융권 인턴 2회, 대기업 인턴1회 등 각종 스펙을 쌓았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더 철저하게 준비할 걸 알기에 늘 불안합니다. 솔직히 채용기관에서 ‘너만큼 하는 사람 널렸다’고 하면 할말이 없는 게 요즘 심정이에요. -취준생 현모(24)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류와 실무능력을 모두 갖춘 고(高)스펙 지원자들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하는데요.

직장인, 취준생 설문조사 결과 93.9%가 “과거에 비해 취업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답했고, 취업 문턱이 높아진 이유로는 “지원자들의 스펙이 너무 좋아서”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고 합니다.

채용경쟁이 너무 심하다보니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블라인드 채용’ 확대가 ‘기회의 확대’가 아닌 ‘불확실성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조섞인 신조어도 쏟아집니다. 학력, 스펙은 화려하지만 경제상황이 안좋은 '고등거지’ 취업 의욕은 없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흉내만 내는 ‘쇼윈도 취준생’등이 그 예인데요.

채용 결과에 대한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직무, 실무 중심의 채용'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원문_김혜영 기자/ 제작_정다혜 인턴기자

사진 출처_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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