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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찔끔 늘어나는데...강사법 앞두고 시간강사 내쫓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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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찔끔 늘어나는데...강사법 앞두고 시간강사 내쫓는 대학들

입력
2018.11.2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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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실상 시간강사 죽이기에 나선 거죠.”

대학들이 강의 개수를 대폭 줄이는 등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에 적극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마련됐지만 실상은 ‘강사 해고법’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고려대는 시간강사 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강의 과목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이라는 문건을 통해 유사 과목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다음 학기(2019년 1학기) 개설과목을 지금보다 20% 줄이는 한편, 학생들 졸업이수학점을 현재 130점에서 120점으로 축소하기로 한 것. 이달 30일까지 구체적 방안을 각 학과 단과대로부터 제출 받아 최종안을 만든다는 게 대학 측 방침이다. 다만 고려대 관계자는 “논의하는 자료를 만든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의견 수렴 과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도 같은 행보다. 연세대는 선택교양 157과목 중 98과목을 2019학년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경희대는 2018학년도 신입생부터 졸업이수학점을 130점에서 120점으로 줄였다. 중앙대는 강사 수를 1,200명에서 5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이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생들과 강사들은 발끈하고 있다. 겉은 강의 구조조정이지만 속은 강의를 맡을 강사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것. 부산대 철학과 강사 이상룡씨는 “강사법을 핑계로 시간강사 자리를 빼앗는 건 대학이 대학이기를 거부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대학원생노조 고려대분회 이송희 부분회장은 “고려대는 최대로 잡아도 강사법 시행으로 드는 추가금액이 55억원 정도“라며 “이는 학교 전체수입(6,553억원)의 0.8%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0.8%의 추가 부담이 싫어 수업의 20%를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김진균 성균관대분회장은 “현재 대학 전체 재정에서 강사 인건비가 1%도 안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학들의 행태는 무책임과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들의 ‘꼼수’가 결국 교육 질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22개 단과대학 학장ㆍ대학원장으로 구성된 학원장회는 이날 “시간강사 수의 감소로 다수의 강사가 해고에 처할 수 있으므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담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2010년 서정민 박사가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며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강사법은 학기 단위로 계약하던 시간강사의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고 방학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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