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대장주의 배신... '코스닥 엑소더스'는 진행형

알림

대장주의 배신... '코스닥 엑소더스'는 진행형

입력
2018.11.21 04:40
22면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피 이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앞서 코스닥 시총 1위였던 셀트리온은 이미 지난 2월 코스피로 옮겨갔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코스닥 대장주가 오히려 코스닥을 ‘배신’한 채 코스피로 옮겨 가는 전철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 소액주주들은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주주운동연대(셀케주주연대)를 발족하고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지분 확보 등에 착수했다. 주주제안을 위한 지분(3%)을 모은 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코스피 이전을 논의할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주주들은 코스피로 이전하면 기관의 투자가 확대돼 주가가 오르고 공매도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피 200 지수 편입에 따른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10조8,768억원(20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시총 28위인 우리은행(10조8,160억원)까지 제치게 된다. 코스피 200 지수 편입 시 0.9%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코스피 200 지수를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규모가 6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5,000억원 가량의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하루 거래대금 중 공매도 비중이 7.3%에 달할 정도로 공매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옮겨 간다고 무조건 공매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없잖다. 공매도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외국인과 기관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는 코스피 이전 전날인 지난 2월8일 6.63%에서 지난 19일 8.74%로 오히려 늘었다. 올해 전체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거래 비중도 6.02%로, 코스닥(2.60%)보다 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시장에서 더 활발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구성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구성_김경진기자

문제는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의 코스피 이전이 매년 공식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008년에는 NHN(현 네이버ㆍ당시 코스닥 시총 1위)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ㆍ당시 3위) 아시아나항공(당시 6위)이 한꺼번에 코스피로 갔다. 2015년 말 기준 코스닥 시총 1~3위였던 동서(당시 3위) 카카오(당시 2위) 셀트리온(당시 1위)도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코스피 이전 상장을 택했다. 사실상 코스닥은 ‘코스피 2부 리그’로 전락했다.

이러한 흐름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커지며 기관에서 투자하길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1998년 이후 코스피로 옮긴 41개 기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 76%(31개사)가 이전 상장 이유로 ‘기업가치 평가 개선’을 꼽았다. 금융위가 올해 초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후속책과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한국거래소가 코스피ㆍ코스닥 통합 지수인 KRX300을 국내 증시의 대표 지수로 내 놨지만 여전히 코스닥 시장은 대형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장의 개인거래 비중은 8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시장은 단기 차익을 노린 개미들의 투전판이 되고 있다. 모험과 도전 정신을 가진 코스닥 기업가를 찾는 것도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 기업의 코스피 이전 상장은 시장의 저평가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의 성격이 강하다”며 “중소ㆍ벤처ㆍ기술 기업을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관 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져야 하고, 코스닥 시장도 ‘투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