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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국 몰디브가 대국 중국ㆍ인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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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국 몰디브가 대국 중국ㆍ인도 흔들다

입력
2018.11.20 17:25
수정
2018.11.20 19: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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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내 전략적 요충지로

지리적 이점 얻으려 눈치싸움 속

중국 전전긍긍, 인도 표정 관리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가 지난 17일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가 지난 17일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인구 44만여명에 불과한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행보에 세계 1, 2위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가 들썩이고 있다. 친중파 권위주의 정권을 선거로 무너뜨린 새 정부가 인도와의 전통적 우호관계 복원에 나서면서 중국은 전전긍긍하는 반면 인도는 표정 관리에 여념이 없다.

몰디브는 아덴만과 말라카해협 사이에 위치한 인도양 내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 입장에선 해상 운송 안전을 보장할 항구 및 공군기지로서의 가치가 두드러지고, 인도양을 내해로 삼으려는 인도에게도 중국 견제를 위한 전진기지의 의미가 크다. 몰디브는 2012년까지만 해도 지리적으로 인접한 인도의 위성국가에 가까웠다. 중국은 대사관조차 개설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이 일대일로를 본격화하고 2013년 취임한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일방적인 친중 노선을 걸으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중국과 인도는 올 초 야당 인사들의 복권 문제를 두고 몰디브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을 때 상반된 이유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9월 대선 때도 각각 정권 연장과 정권 교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몰디브 대선 결과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도의 전략적 승리”라고 평가했을 만큼 양국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출범한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신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과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하고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참여도 재고하기로 했다. 사실상 탈(脫)중국 노선을 공식화한 것이다.

솔리 대통령의 수석고문으로 여당 연합의 실세인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FTA는 매우 편파적”이라며 “FTA가 이미 비준된 상태인 만큼 우선은 무관세 조치를 담은 법 집행을 막고 중장기적으로 FTA 자체를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몰디브 관세당국 집계를 보면 올해 1∼8월 대중국 수입액은 3억4,200만달러(약 3,800억원)인 반면 대중국 수출액은 27만달러(약 3억원)에 그쳤다.

몰디브의 새 정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전임 야민 대통령 집권 기간 도로ㆍ주택ㆍ교량 등의 건설 과정에서 중국에 15억달러(약 1조6,900억원)의 빚을 졌는데, 이는 관광 외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몰디브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한다. 솔리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인해 나라 재원이 고갈됐다”고 단언했다.

몰디브의 대외정책 변화에 중국은 좌불안석이다. 지난 9월 몰디브 대선 직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솔리 당선자에게 “쌍방에 유익한 협력을 추진하자”며 화해 메시지를 보낸 이후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이날에서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몰디브 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가급적 솔리 대통령과 나시드 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인도는 바빠졌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외국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솔리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정도다. 모디 총리는 축사를 통해 “인도는 몰디브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울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몰디브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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