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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 악몽에 발목잡힌 친환경 교통혁명… 트램은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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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 악몽에 발목잡힌 친환경 교통혁명… 트램은 달리고 싶다

입력
2018.11.21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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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경기 부산 대구 구미 등 경쟁 나섰지만 

 경전철 파탄 여파로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강화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의 최고 번화가인 역전로(Bahnhofstrasse)에서 운행 중인 트램. 보행자와 트램이 도로공간을 함께 이용할 수 있으며 트램이 운행하는 도로에는 자동차가 횡단하거나 일부 구간을 주행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상국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제공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의 최고 번화가인 역전로(Bahnhofstrasse)에서 운행 중인 트램. 보행자와 트램이 도로공간을 함께 이용할 수 있으며 트램이 운행하는 도로에는 자동차가 횡단하거나 일부 구간을 주행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상국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제공

최근 대전시는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당초 올해 말까지 예타와 행정 절차를 마치고 내년 기본설계에 들어갈 계획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은 고가방식으로 건설하는 안이 2012년 11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트램으로 변경되면서 예타를 다시 받고 있다”며 “트램 노선이 고가 방식의 노선과 같고 건설비도 절반 수준으로 줄기 때문에 예타 재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트램이 지하철이나 고가 방식처럼 별도의 노선이 아니라 차선을 잠식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새롭게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비가 아닌 또 다른 분석 조건으로 예타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해를 넘겨도 설계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지자체들이 잇따라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트램(tramㆍ노면 전차)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대전을 비롯, 경기 수원ㆍ성남ㆍ화성ㆍ안성ㆍ시흥ㆍ안산, 인천, 대구, 경북 구미, 부산 등이 트램 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교통수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넘지 못하거나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트램이 도심의 교통난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등 헤쳐나가야 할 현실적 ‘트랩(trapㆍ덫)’이 적잖은 상황이다.

트램은 도로 노면과 같은 높이의 매립형 레일을 깔아 전기로 운행하는 전차다. 공중에 전선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전선 없이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배터리로 움직이는 무가선 트램을 사용할 수 있다. 매연 등 환경 오염도 없다. 노면에서 타고 내리기 쉬워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다. 지하철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건설비가 적다. 1㎞당 건설비가 200억원가량으로 지하철의 6분의 1 수준이다. 차량도 2, 3개 칸을 이어 붙이면 한번에 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지하철을 깔기 부담스러운 지자체들이 대안교통수단으로 앞다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트램이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뒷받침은 이미 갖춰져 있다. 지난 2월 트램을 도로교통법상 도로 위 운행 교통수단으로 포함시키는 내용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이 통과됐고, 트램 운행의 법적 근거를 뒷받침하는 도시철도법, 철도안전법은 그에 앞서 통과됐다.

하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은 두껍다. 당장 많은 지자체들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애를 먹고 있다.

송도선(자갈치~장림) 등 4개 노선의 트램 사업을 추진 중인 부산시 관계자도 “정부의 경제성 분석이 중심인 예타 조건이 까다롭거나 트램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예타 통과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3월 초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도시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된 7개 트램 노선 가운데 동탄도시철도 1단계 노선만 경제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03으로 가까스로 1.0을 넘겼다. 나머지 6곳은 모두 1.0을 밑돌았다.

부산도 강서선이 비용 대비 편익 비율 1.0을 넘었지만 나머지 3곳에서 1.0보다 낮게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타당성 검토 결과다. 트램 사업이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기획재정부의 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기재부의 예타는 지자체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일반적으로 더 떨어진다. 정부의 예타는 2010년대 초반 용인과 김해 고가 경전철의 과다 수요 책정에 따른 대규모 적자 발생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강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후 트램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 중 단 한 곳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트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각 지자체의 예타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철도 전문가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등을 평가하는 기준이 도시철도에 준해 있고, 외국에 비해 경직돼 있다”면서 “트램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환경개선이나 지역개발효과, 도시재생 등과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반영한 기준을 예타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의 최고 번화가인 역전로(Bahnhofstrasse)에서 운행 중인 트램. 트램 선로가 설치된 도로를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이상국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제공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의 최고 번화가인 역전로(Bahnhofstrasse)에서 운행 중인 트램. 트램 선로가 설치된 도로를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이상국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제공

 

 재정 부담과 지역 반대 면밀 검토 필요 

재정 부담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도 있다. 경남 창원시는 2011년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하고도 막대한 재정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트램 도입을 접었다. 김해와 전주, 경기 파주 등도 트램 사업을 추진하다가 지방 재정 악화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도 포기했다. 지하철 등에 비해 건설비는 적게 들지만 같은 도로 위를 달리는 시내버스에 비해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버스처럼 승객 수요에 따라 노선 변경이 쉽지 않기 때문에 승객 수요 변동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

트램 도입 사전타당성 용역 조사를 위해 내년도 본예산에 2억원을 편성해 내년 상반기 중 용역 조사를 실시할 계획인 경북 구미시도 상황은 마찬가지. 구미지역 대중교통업계와 시민단체는 교통체계혼란과 막대한 예산 소요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구미가 트램을 도입하면 만성 적자에 허덕이게 될 것이고 도시 규모에 따른 예산 부담이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에서도 비슷한 이유 등으로 지역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트램 사업이 무산된 적이 있다.

신강원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버스와 트램을 통합 운영하는 회사가 있는 등 운수사업자와 지자체가 협의를 통해 통합 관리 교통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버스와 트램의 중복 운행 구간을 줄이고 시민의 편의에 중점을 둔 방안을 마련하면 재정적 위험 부담과 여론의 반대 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구미=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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