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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병행논의ㆍ인도지원 분리… 민주당 ‘바른 공세’에 트럼프 대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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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병행논의ㆍ인도지원 분리… 민주당 ‘바른 공세’에 트럼프 대북 딜레마

입력
2018.11.20 11:30
수정
2018.11.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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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선거 후 비핵화 협상 전략 전면수정 위기 

 기껏 북한과 ‘암묵 합의’ 해놓고도 동티 날 판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궂은 날씨 탓에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하루 만인 11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에 있는 쉬렌 미군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궂은 날씨 탓에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하루 만인 11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에 있는 쉬렌 미군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북한과 비핵화 시한ㆍ방법 등을 놓고 협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앞에 암초가 등장했다. 북한 인권 문제다. 중간선거로 하원을 장악한 야당 민주당이 의제화를 압박할 태세지만 아직 전선(戰線) 확대는 시기상조라는 게 트럼프 정부 판단이다. 진퇴양난에 놓였다.

북미 사이에 접점이 모색되기가 힘든 데다 인화성은 아주 강한 의제가 인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최근 발간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보고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현실적 관점’은 “북한은 체제보장 관점에서 인권을 ‘우리식’과 ‘서방식’으로 나누고 서방 인권 개념을 배제하는 논리로 ‘인권 다원주의’를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서구 사회의 인권 지적을 북한은 자기 체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 주민 인권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동시에 추진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환경”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경제 제재와 함께 인권 침해 비판을 주요 대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 온 미 정부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인권 거론을 자제하는 것도 비슷한 인식에서일 공산이 크다. 비핵화 거래를 진전시키는 데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있다. 실제 비핵화 대화에 먼저 집중하겠다는 미 국무부의 공식 입장에는 아직 변함이 없는 상태다.

어쩌면 미국보다 더 협상 교착이 싫을 북한도 인권이 불거지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고강도 비판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 처벌 권고가 담긴 ‘북한인권결의안’이 15일 유엔 제3위원회(인권 담당)를 다시 통과했는데도 반발 강도가 예년만 못하다. 오히려 지난달 붙잡아 억류하던 미 국적자를 한 달 만에 조기 석방하기로 결정하는 생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는 20일 “당장 인권을 의제로 삼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가 북미 사이에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의회다. 인권은 개입주의를 표방하는 미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중시해 온 핵심 가치다. 미 하원의 차기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한 현 민주당 간사 엘리엇 엥겔 의원이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미 협상팀 핵심 인사들이 이산가족 재상봉 같은 인권 진전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요구했고,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도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내년 의회에서 인권 문제로 북한에 어떤 제재를 부과할 수 있을지 토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원이 민주당에 넘어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협상 카드 중 군사 옵션을 사실상 잃었고 대신 인권을 의제로 삼아야 하게 생겼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인권은 의회에 의해 우회 거론될 때 효과적인 압박 카드”라며 “정부가 직접 들고 나왔다가는 자칫 비핵화 협상이 꼬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정부의 골칫거리는 인권뿐 아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 인권 향상과 직결된다. 인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촉구하면서 인도적 지원에 소극적인 건 ‘약 주고 병 주는’ 모순에 가깝다. 하지만 미 정부는 대북 협상력을 키울 요량으로 인도 지원을 경제 제재에 연동시켰다. 대화 국면으로 바뀐 뒤 불가피해진 대북 제재망 이완을 막으려고 역효과를 감내하며 ‘인도 지원 단속 강화’라는 고육책을 꺼내 들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달 중간선거 전후로 대북 인도 지원을 비핵화 협상에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3일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비정부단체(NGO)들이 방북 불허 등 대북 인보 지원을 제한하는 미 행정부의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 정부부처,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미 상원 외교위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의원도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대북 인도 지원 정책을 명확히 해 달라며 미 구호 활동가들의 북한 내 활동을 허용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7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전했다.

물론 유엔이나 미 민주당과 달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나 관행, 원칙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거래에서 ‘마이웨이’를 고집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그러나 선거로 세를 얻은 민주당이 지금껏 대북 협상 테이블 아래 뒀던 의제(인권)를 위로 올리고 협상에 써먹어 온 압박 카드(인도 지원)는 분리하라며 짐짓 ‘옳지만 협상 전략을 훼손하는’ 공세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종전보다 처지가 곤란해진 건 사실인 듯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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