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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노조 있는 기업서 비정규직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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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노조 있는 기업서 비정규직 더 늘었다”

입력
2018.11.19 15:37
수정
2018.11.19 23:5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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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없는 기업보다 2배 이상 증가… 法 보호 못 받는 기타 비정규직도 급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간제ㆍ파견 근로자를 2년 이상 쓰지 못하도록 한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전체 고용 규모를 감소시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용역ㆍ도급 등 기타 비정규직도 법 시행 후 되레 증가했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이 노조가 없는 기업보다 기타 비정규직을 더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은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정규직 사용 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전(2005년)과 이후(2007~2011년)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법 시행 전 기간제ㆍ파견 근로자 비중이 다른 기업보다 10%포인트 높았던 기업군의 경우 법 시행 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고용 규모가 3.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 시행으로 정규직 규모는 11.5% 늘어나고 기간제ㆍ파견직 등 비정규직 규모는 53.3% 줄었지만 비정규직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타 비정규직 규모도 10.1%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규제망을 우회해 용역ㆍ도급 등을 늘리면서 ‘풍선효과’가 생긴 셈이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은 노조가 없는 기업보다 기타 비정규직 증가폭이 더 컸다. 이는 노조가 있는 경우 해고 등이 쉽지 않아 회사 입장에선 정규직 전환에 더 소극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회사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보다 ‘대체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노조가 있는 기업은 기타 비정규직이 16.4%나 늘어났다. 노조가 없는 기업(6.9%)의 두 배가 넘는다. 박우람 KDI 연구위원도 “노조가 있어서 근로 조건이 경직적인 사업장에서는 법 시행 후 비정규직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6년 9월 50인 이상 사업체 1,000곳의 최고경영자 또는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으로 인해 사업주가 근로조건 변경이 어렵다고 느낄수록 기간제 근로자의 처우가 나아질 가능성이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가 인식하는 근로조건 변경의 어려움이 1점(0~10점 척도) 증가하면,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2.8%포인트,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에도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을 확률은 2.6%포인트 감소했다.

이 같은 경향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뚜렷했다. 종사자 수가 비교 대상보다 2배 더 많은 기업은 무기계약직 전환 확률이 8.4%포인트, 정규직 수준으로 처우가 개선될 확률은 5.6%포인트 적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노조가 강성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비정규직 규모를 일률적인 잣대로 줄이려는 정책이 되레 민간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법적 규제만으로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긴 어렵다“며 “법의 보호를 받는 집단(기간제ㆍ파견 근로자)과 그렇지 못한 집단(용역ㆍ도급 근로자) 간의 격차만 더 확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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