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한국일보문학상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강동호(왼쪽부터), 시인 박준, 작가 정여울, 문학평론가 김형중, 소설가 성석제, 권여선, 하성란씨가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본심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본심에 오른 10편의 작품들 가운데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던 대상은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 그리고 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었다. 예심 과정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던 작품들이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한 작품을 선택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각의 작품들이 이룩한 문학적 성취와 아쉬움에 대한 소회들을 밝히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판단이 시시각각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각각의 작품들이 가진 개성과 장점이 분명하고 뚜렷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은 유머를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으로 가능한 성실하게 소설의 인물들에게 접근하려는 태도가 돋보였다. 어딘가 조금씩 부족하지만 한편으로 단단한 인물들의 선한 ‘마음’을 디테일하게 살피면서, 작가는 그 마음과 명암처럼 대비되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이면들을 조명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서술자의 목소리가 다소 강하게 부각되는 것이 아닌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비해 이야기가 다소 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도 됐지만, 한 인간의 마음을 최선을 다해 포착하려는 김금희의 다정한 글쓰기가 장차 다양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뻗어나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은 심사 대상 가운데 가장 독특하면서 첨예한 미학적 자의식을 갖춘 작품이었다. 구어와 문어를 넘나드는 특유의 문체로 재난 이후의 인간의 심리적 풍경을 포착해내는 이번 작품들이 내용과 형식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편차가 한계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비문과 미문의 경계에서 자연스럽게 뻗어나가는 그의 문장들이 산책을 하듯 소설의 경계를 상쾌하게 확장시킬 것이라는 기대에 충분히 값하는 작품들이었다.

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은 개인들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들과 그로 인한 상처를 세심하고도 성찰적으로 그리는 작품이다. 최은영의 소설은 언뜻 작은 이야기들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작은 이야기들을 사려 깊게 살펴나가는 작가의 문장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란 쉽지 않다. 소설집 제목처럼 작품들이 다소 무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무해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인간에 대한 순진한 낙관과 믿음에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인간의 섬약함 속에 자리하고 있는 가능성을 정직하게 응시하려는 깊은 시선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신뢰하고 싶다’는 마음을 고백했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러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최종 투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아주 미세한 차이로 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깊어지는 것과 넓어지는 것이 문학에서는 서로 다른 말이 아니라는 것을 최은영이 앞으로 써나갈 소설이 충분히 증명해주리라 믿으며, 수상자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강동호 문학평론가·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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